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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아빠찬스 논란과 경북대의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2022.04.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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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

“오비이락(烏飛梨落)이냐, 아니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최근 상황을 압축한 말이다. 아들이 의대에 편입한 해에 생긴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겨냥한 의혹을 두고서다. 그는 “자녀 문제에 있어서 지위를 이용한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없었다”고 했다. 이른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억울함을 담은 호소였다. “(부당한 행위가) 가능하지도 않았다”는 부연과 함께다.
 
‘아빠 찬스’ 의혹은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학 과정에서 비롯됐다. 당시 시험을 함께 치른 정 후보자의 아들과 딸 중 딸만 합격했다. 이때 탈락한 아들은 이듬해 첫 도입된 지역인재 전형을 통해 의대생이 됐다. 두 가지 일이 공교롭게도 동시에 일어난 ‘오비이락’ 논란의 시작이다. 정 후보자는 경북대가 새 전형을 치를 때 경북대병원장이었다.
 
문제는 경북대의 지역인재 전형 도입과 아들의 합격 사이 연계성이다. 이 둘에 부당한 의도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저 우연이 겹친 것뿐이어서다. 자연히 언론의 눈은 둘 사이의 관련성에 쏠렸다.


정호영 후보자가 자녀 관련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경북대가 다른 지방 국립대보다 1년 늦게 지역인재 전형을 도입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충남대·충북대·부산대·경상대·전북대·전남대 등은 이미 2017학년도부터 이를 진행했다. 정 후보자는 “대구시에서 보낸 공문을 반영해 지역인재 전형을 했다”고 답했다. 경북대도 “지역 우수인재 입학이 많아 필요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대구시와 교육부 요청을 받아들여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새 전형을 만드는 데 불과 18일이 걸렸다”는 의혹에 대해선 “2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지역인재 전형을 같은 해에 도입한 영남대와의 전형 비중 논란이 일었다. 아들이 합격할 당시 지역인재 비중이 영남대(26%)보다 2배가량 높은 51%에 달했다. 이는 당시 의대 편입학 일반전형보다 많은 데다 법적 최소비율(30%)이나 경북대 학칙(30%)보다 크게 높다.
 
정 후보는 이를 “2017~2020년 의과대학 학사 편입이 허용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전형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는 취지다. “병원장은 특별전형 실시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도 했다.
 
정 후보자의 해명에도 “의혹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자녀의 의대 편입학 구술·면접 특혜나 논문실적·병역비리 의혹 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오비이락 논란을 잠재우는 건 전적으로 정 후보자 본인의 몫이어서다.
 
경북대도 진상 파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만약 대학도 몰랐던 비위가 밝혀진다면 공신력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블라인드 구술·면접을 했다”는 말과는 달리 얼굴과 이름표 등을 공개한 사실이 드러난 바도 있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거점 국립대병원이 더는 시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