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 친구 한번 보고 싶었는데 좋습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1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깜짝 만찬은 이렇게 성사됐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한국에 살았던 김 대표의 골목 친구 정진석 국회 부의장이 주선한 자리였다. 여기에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까지 함께한 저녁 식사는 두 시간 반가량 이어졌다. 김 대표가 한국말에 능통해 별도의 통역 배석은 없었다. 조 의원은 “김 대표와 외교관으로 수십 년을 알아왔지만 한국말을 들어본 건 처음”이라고 했다.
19일 정진석 국회 부의장(맨 왼쪽) 자택에서 만찬을 함께 한 윤석열 당선인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정진석 의원실 제공]
정 부의장과 배 대변인 모두 ‘사적 만남’을 강조했지만, 외교적 현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건 아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한·미 관계와 북핵은 물론, 한·일 관계에 대한 생각을 일부 표출했다고 한다. 한·일정책협의단 단장으로 출국을 앞둔 정 부의장은 “윤 당선인께선 한·일 관계에 대해 '역사를 직시하되 최악의 상태로 방치된 현재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국익에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미래 협력적 관계를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정 부의장에 따르면 김 대표도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살다 미국으로 이민 간 김 대표는 정 부의장과는 어린 시절 성북동 골목 친구로 인연을 맺었다. 1980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해 연방 검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외교관이 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박진 의원실]
일각에선 윤 당선인과 김 대표의 만찬에 ‘격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이 차관보급인 북핵특별대표와 식사를 함께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당선인 측에서 “사적 만남이었다”고 의미를 축소하는 데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다. 하지만 현재 윤 당선인이 주한 대사를 직접 접견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이 아닌 ‘당선인’ 신분에선 무리가 없는 만남이란 반론도 있다.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격식을 따지지 않는 ‘윤석열 스타일’ 외교라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