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오락실 대신? 中 오프라인 VR 체험관 뜬다

중앙일보

입력 2022.04.20 07: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주말이면 중국 각지의 VR 체험관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오프라인 VR 체험관이 중국 10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떠오르고 있다.
 
오프라인 VR 체험관은 2015년 VR 업계의 굴기와 함께 발전하기 시작됐다. 당시 오프라인 VR 체험관은 VR 업계에서 가장 빨리 상용화될 수 있는 통로로 여겨졌다. 시장조사기관 그린라이트인사이츠(Greenlight Insights)가 발표한 '오프라인 VR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오프라인 VR 체험관은 2023년 2만 4500곳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36kr]

중국 오프라인 VR 체험관은 규모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복합 쇼핑몰 중간에 위치한 중다오(中島)점,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종합 체험점, VR을 주제로 한 대형 테마파크가 그것이다.
 
먼저 중다오 점은 한국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임장 한 구역 정도로 규모가 비교적 작다. 일반적으로 VR용 의자나 롤러코스터 같은 소형 VR 체험 기기가 두세 대 정도 배치돼 있다. 기기당 체험 시간은 대략 10~15분, 체험 가격은 40위안~60위안(약 7700원~1만 1500원) 정도다. 
 
종합 체험점은 중다오 점보다는 규모가 더 크고, VR 체험장 외에 보드게임장도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 체험 시간은 대략 10~30분, 체험 가격은 150위안~200위안(약 2만 8900원~3만 8500원) 정도다.
 
VR 테마파크는 각종 VR 기기를 활용해 VR 콘텐트를 즐길 수 있는 대형 테마파크를 말한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VR 전문 업체 더 보이드(The Void)가 2015년 미국에 VR 테마파크를 선보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VR 테마파크는 아직 과도기 단계로,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 난징(南京), 창사(長沙) 등 중국 곳곳에서 대형 VR 테마파크 건설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사진 36kr]

중국의 오프라인 VR 체험관 다수는 2015년께 중국에 불어닥친 VR 붐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오프라인 VR 체험관이 PC방과 오락실을 대체해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오프라인 VR 체험관은 한동안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중국 VR 체험점 연맹이 발표한 '중국 VR 체험점 현황 백서'에 따르면, 2016년 11월까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오프라인 VR 체험관은 3000곳이 넘었지만, 이중 당해 흑자를 낸 점포는 30%도 되지 않았다.   
 
VR 업계 대표주자인 메타(Meta)조차도 2017년 미국의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오프라인 체험관 200여 곳을 폐점했다. 이는 당시 미국 전역에 있는 오프라인 체험관 500곳 중 40%에 달하는 규모였다.

미국의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오프라인 체험관 [사진 36kr]

전문가들은 초기의 VR 체험관이 사람들에게 자주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고, 기술이 미숙해 재구매율이 낮아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VR 기술이 대폭 향상되고 메타버스가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그간 부진했던 오프라인 VR 체험관이 다시금 살아나고 있다.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오프라인 VR 체험관의 시장 규모는 10억 4000만 위안(약 2003억 9760만 원)을 기록했다. 또한 2018년부터 성장률이 30% 이상을 유지하는 등 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40억 위안(약 7707억 6000만 원)을 돌파했으며, 오프라인 VR 체험관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5월, 오프라인 VR 체험관 '미래전장(未來戰場)'이 억대 위안의 자금을 유치했다. 6월에는 중국 최대 게임사인 넷이즈와 미국 VR 게임 제작사와 합작해 설립한 VR 기업 넷비오스(NetVios)가 레저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플래닛 오(Planet O)와 손잡고 상하이에 1300㎡ 규모의 대형 VR 체험관을 열었다.
 
7월에는 샌드박스 VR의 중국 본토 첫 VR 체험관이 상하이에서 문을 열었다. 9월에는 '미래전장'이 전국 약 80여 개 도시 130여 곳에 점포를 오픈했으며, 점포 수를 2021년 말까지 500곳, 2022년까지 3000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에 위치한 오프라인 VR 체험관 '미래전장(未來戰場)' [사진 36kr]

베이징에 있는 VR 오프라인 체험관 ‘미래전장(未來戰場)’은 2021년 10월 기준 약 7개의 VR 게임 테마를 제공한다. 이 중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선검기협전(仙劍奇俠傳)〉으로 1인당 체험 시간은 30분, 체험 요금은 178위안(약 3만 4300원)이다.  
 
현재 중국 오프라인 VR 체험관의 성장을 이끄는 3대 대표 브랜드는 '미래전장(未來戰場)', '몰입세계(沈浸世界)', '샌드박스 VR'이며, 이들은 모두 3세대 VR 체험관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3세대 VR 체험관은 인터랙티브 VR 체험이 아예 불가했거나 개인에 한정됐던 1, 2세대 체험관과 달리 게이머가 가상공간 안에서 다른 게이머와 상호 작용할 수 있다.
 
현지 매체 36 kr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VR 체험'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7.5% 증가했다. 또한, 전국 오프라인 VR 체험관의 전체 가입자 수는 2019년보다 약 93.2% 증가했다. 이처럼 수천 위안에 달하는 VR 기기를 직접 구매할 의향은 없지만, VR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소비자에게 오프라인 VR 체험관은 좋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프라인 VR 체험관에서 사용되는 VR 기기들은 대부분 ‘HTC’, ‘다펑VR(大朋VR)’, ‘STEPVR’에서 제작된다.
 
HTC는 중국 대표 오프라인 VR 체험관 ‘몰입세계’의 최대 하드웨어 기기 제공 업체다. 36 kr에 따르면 HTC 바이브는 ‘몰입세계’의 협력사로, 대다수의 ‘몰입세계’ 체험관에서 ‘HTC 바이브 프로 VR 헤드셋’과 HTC가 인텔과 손잡고 만든 ‘무선형 바이브 VR 헤드셋’이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왕총칭(汪叢青) HTC 중국 지역 총재는 “HTC가 계속해서 B2B 시장을 중시해 왔으며, 3년 전부터 중국 매출의 70% 이상이 B2B 영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다펑의 E3 VR 헤드셋 [사진 36kr]

다펑VR(大朋VR)은 국내 선도 가상현실 인터넷 기업으로, 벌써 8년 가까이 VR 업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36 kr에 따르면, 중국 주요 오프라인 VR 체험관에서 E3 VR 헤드셋을 비롯한 다펑 VR의 제품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펑 VR은 중국을 넘어 40여 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으로 VR 기기 사업을 확장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다펑 VR의 2020년 4분기 해외 출하량은 전 세계 5위를 기록했다.
 
STEPVR은 2021년 11월까지 국내 오프라인 VR 체험관 200여 곳과 기술 및 제품 제휴를 맺었다. 앞서 소개한 '미래전장'은 STEPVR 산하의 오프라인 체험관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STEPVR은 베이징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진출해 지역별로 오프라인 VR 체험관을 설립할 계획이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