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만 위안 중반대에 탑재되는 기능들을 겨우 1999위안에 담아내며 ‘프리미엄’, ‘저가’는 샤오미 폰의 대명사가 됐다.
샤오미의 다음 모델들 역시 고성능·저비용의 ‘남다른’ 스펙으로 출시하며 기존 시장 구도를 완전히 깨부쉈다. 샤오미 미1부터 미5까지 모든 모델의 출시 가격은 1999위안(약 38만 원)으로, 세대마다 최고의 가성비를 추구했다. ‘대륙의 실수’, ‘가성비’ 시대를 열며 샤오미는 중국은 물론 글로벌 무대까지 장악하게 된다.
샤오미 Mi 1 출시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 비슷한 장면이 포착됐다. 이번 주인공은 스마트폰이 아닌 전기차 브랜드 ‘링파오자동차’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 전기차 업계 ‘샤오미’로 불리는 까닭
이들이 전기차 업계의 샤오미로 불리는 이유를 먼저 살펴보자.
제로백 4초대, 2930mm의 휠베이스, 510km·550km·610km의 세 가지 버전의 NEDC 배터리 항속거리, 28개의 고정밀 감지 하드웨어, 22개의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 시스템, 초고화질의 트리플 스크린, 퀄컴 스냅드래곤 8155 차량 디지털 콕핏 플랫폼, 프레임리스 도어 등을 ‘기본’으로 갖췄다. 또 Leap Pilot라는 첨단 자율주행 기능이 대거 탑재되었다.
구성 목록에서 알 수 있듯, 약 3천만원가량의 차량에 5700만~7700만 원(약 30~40만 위안)대의 고급 모델에서만 가능한 기능이 탑재됐다. 또 추가 옵션을 넣을 수 있는데, 해당 모델의 1만 위안(약 190만 원) 옵션 패키지에는 나파가죽(Nappa leather) 시트와 통풍 시트, 전동식 테일게이트 및 20인치 휠을 포함한 12가지 실용 사양이 포함됐다.
C11 모델 발표 이후 샤오미가 자동차를 만든다고 공식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자동차계의 샤오미’가 올 것이라 예측했다. 회사 설립 이후 한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링파오는 순식간에 대중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C11은 본격 판매된 2021년 9월 이후 두 달 만에 1,422대가 인도됐다.
반년 만에 링파오는 다시금 선두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링파오자동차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며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상장 신청서에 따르면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40%는 스마트 전기차 모델 확대, 자율주행 등 기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생산 능력 확대와 브랜드 지명도를 높이는 데에 활용할 예정이다
처음 출시한 전기차, 판매량 겨우 400대…
링파오에 숨겨진 어두운 과거?
링파오자동차의 주장밍(朱江明) CEO는 중국 제2의 보안설비 업체 대화(大華)기술의 설립자다. 주장밍은 “중국의 스마트카 규모가 점차 성장하고 있으며, 대화기술이 직접 개발한 칩은 스마트카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며 “대화의 영상 모니터링과 스마트 교통 등의 분야에서 사용된 기술을 스마트카에 접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9년 6월 정식 양산 이후 세달 동안의 판매량은 473대에 그쳤다. 2019년 말까지 판매량 1천 대를 겨우 넘겼고, 지난해 12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2708대에 그쳤다. 링파오는 생사의 기로에 놓였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됐다.
주행거리 301km와 403km 두 가지 배터리 버전을 선보이며 긴 배터리 수명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T03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으며 지난해 12월까지의 누적 인도량은 4만 6000대로, 전기차 업계에서 링파오의 명성은 점점 높아졌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앞서 말한 세 번째 모델인 ‘C11’의 출시였다. 링파오자동차는 올해는 전기 세단 C01를 출시하고 3분기부터 인도하겠다 밝혔다.
“테슬라 뛰어넘겠다” 공언한 링파오, 그러나?
제품 측면에서 2025년 말까지 35만 위안(약 6700만 원) 미만의 가격대를 커버하는 8개의 신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올해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기술 면에서 링파오는 핵심 기술의 자체 연구를 고수하고 콕핏, 전기 드라이브, 배터리 분야에서 스마트 운전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링파오자동차는 대화기술과 공동으로 800V 고전압, 고성능 칩, 라이다 칩 등 첨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용자 측면에선 공유 및 공동 커뮤니티를 만들어 상호작용하는 플랫폼이 되고, 제품 이외의 부가가치를 제공해 제품형 사용자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주장밍 CEO의 두 가지 목표였다. 주 CEO는 “3년 안에 인텔리전스 분야에서 테슬라를 추월하고, 2025년까지 스마트카 판매량 80만 대를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링파오는 지난 3년 동안 9억 100만 위안(약 1714억 6931만 원), 11억 위안(약 2093억 4100만 원), 28억 4500만 위안(약 5414억 3195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 매장의 대규모 확장으로 관련 지출은 2020년의 1억 5500만 위안(약 294억 9805만 원)에서 4억 2800만 위안(약 814억 5268만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링파오는 2021년 기준 중국에 매장 291개를 두고 있는데 2019년(49개) 대비 5배 이상 확대됐다.
상장신청서에서 링파오는 "신규 모델의 연구·개발과 생산 장비 등의 투자로 인해 올해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링파오의 연구·개발 비용은 2019년의 3억 5800만 위안(약 681억 3098만 원)에서 지난해 7억 4000만 위안(약 894억 4570만 원)으로 3년간 총 13억 8700만 위안(약 2673억 원)을 투자했다.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웨이라이(蔚來·Nio)는 지난 3년간 115억 9백만 위안(2조 2182억 원)을, 샤오펑(小鹏, XPeng)은 79억 1천만 위안(1조 5245억 원)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링파오측은 테슬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스마트 전기 자동차에 대한 완전한 독립적인 연구 개발 역량과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R&D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진단하는 한편 또 15만~30만 위안의 중저가 모델로 시장에 포지셔닝하고 있어 큰 수익을 담보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현재 중국의 주요 자동차 모델이 대부분 10만 위안 이하 혹은 20만 위안 이상의 가격대에 집중되어 있어 링파오는 C11 모델을 통해 중저가 시장에 침투해 빠르게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링파오가 가성비를 내세워 해당 가격 시장 돌파에 성공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