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정호영과 조국은 다르다"=배 대변인은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정 후보자와 관련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는 윤 당선인의 발언을 전했다. 정 후보자 아들ㆍ딸의 경북대 의대 특혜 입학 의혹, 아들의 병역 의혹 들이 보도됐지만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부정의 팩트는 없다"는 주장이다.
정 후보자 본인이 해명에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도 인수위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난 14일 먼저 자녀들의 의대 입학 점수ㆍ의대 최종 학점 등을 공개하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이후 23쪽의 해명 자료 배포와 함께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런 모습은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법무장관이 각종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모습과 대비된다는 게 인수위 측의 주장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18일 기자들과 만나 “(정 후보자는) ‘교육부 감사를 받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 병역 문제도 국회가 지정하면 거기서 다시 신체검사를 받겠다’고 했다”며 “뭘 더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조 전 장관 관련해서도 “조국 문제하고 비슷한 게 있으면 얘기해보라. 뭐 조작했나, 위조했나”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비판보다 검증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에선 “조 전 장관은 팩트가 있어서 70여곳을 압수수색했느냐.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수사도 하지 않고 팩트가 없다고 하는 건 친구니까 수사하지 않겠다는 선언”(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정 후보자 의혹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인사 검증ㆍ추천 시스템 전반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된다. 또 정 후보자가 윤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점에서 “능력 중심 발탁은 온데간데없고 40년 지기 친구 등으로 동호회를 꾸리느냐”(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윤석열식 인사에 대한 비판이 여론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③"미리 낙마시키면 불 옮겨붙어"= 인수위 관계자는 “정 후보자가 만약 낙마하더라도 언론과 민주당은 또 다른 타깃을 찾아 나설 것”이라며 “청문회는 단순히 인사 검증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가 물러날 경우 민주당과 언론들이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의 칼 날을 더 곧추세울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는 주장인 셈이다.
지명 철회 여론이 인수위 보다 강한 국민의힘 내부에도 비슷한 인식이 있다. 익명을 원한 초선 의원은 “정 후보자가 단순히 의혹만으로 밀려날 경우 다른 후보자들도 같은 잣대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며 “당장 굴복하기보단 검증의 시간을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언론과 민주당의 검증 총량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 후보자 논란이 계속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공세와 여론의 주목도는 떨어지게 된다”고 같은 맥락의 얘기를 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와 관련해 명확한 법적 문제가 드러나거나 정 후보자 논란이 선거를 앞둔 국민의힘과의 갈등으로 비화할 경우 윤 후보자에겐 정치적 위기가 올 수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정 이슈에 예민한 2030 세대 이탈이 가시화할 경우, 윤 당선인도 돌파구를 모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민주 “尹, 소녀 일기장까지 압수수색”…국힘서도 첫 공개 비판
그는 “윤 당선인은 (2019년) 조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도 열리기 전 지금의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를 통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펼쳤다”며 “소녀(조 전 장관 딸 조민씨)의 일기장까지 압수수색하던 잔혹하고 무자비한 공정의 잣대는 어디로 사라졌나”라고 비판했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윤석열 정부의 시작이 내로남불이 될지, 공정과 정의가 될지 선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도 첫 공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법리적 판단이 아니라 정무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억울하더라도 (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1990년생인 김용태 최고위원도 최고위 회의에서 “자녀의 편입 과정과 정 후보자의 걸어온 길을 보면 국민의 일반적 눈높이에서 바라볼 때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거취를 직접 결단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