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외교위원장, 대만 '국가' 지칭…"中 도발 대가 치러야" 비난

중앙일보

입력 2022.04.15 15:41

수정 2022.11.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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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 상하원의원단 6명이 차이잉원 총통을 방문한 가운데 차이잉원 총통(맨 오른쪽)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 예산위원회 수석 의원(가운데),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왼쪽두번째). [대만 중앙통신사 캡쳐]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의 중립적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미국이 대만과 한층 밀착하고 있다. 15일 미 상원 외교위원장 등 6명의 의원이 올들어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만났다. 
 
미 의원들은 “이제 중국이 대가를 치러야할 때”라며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고, 대만을 국가(country)로 표현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대만 총통부에서 차이 총통을 만난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은 “이번 방문은 대만에 대한 지지와 애정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대만을 포기한다면 이는 자유와 민주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과 팔꿈치 인사를 하는 로버트 메넨데스 미 상원 외교위원장. [대만 중앙통신사 캡쳐]

 
그러면서 “TV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볼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는 대만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이 대만 통일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그레이엄 의원은 나아가 “중국의 대만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이 한 일에 대해 이제 더 큰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을 굳건히 지지하고 타이완 관계를 발전시켜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미국은 가장 튼튼한 파트너이며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14일 오후 7시40분(현지시간) 미 상하원 의원 대표단이 미 군용기를 통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AP=연합]

 
차이 총통은 “지난 몇 년간 대만과 미국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민주와 자유 등 선한 가치를 추진해왔다”고 전제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민주국가들이 지역 평화에 대한 위협을 함께 방어할 수 있는 동맹의 역량을 강화해 나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군사적 동맹을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가장 큰 교훈은 군사적 열세에도 우크라이나가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러시아라는 거대한 적에 저항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선 신형 무기 수입을 늘릴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4개월인 군 의무 복무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로버트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을 '국가'(country)로 표현했다. [대만총통부 유튜브 캡쳐]

 

로버트 메넨데즈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대만을 국가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최첨단 반도체의 90%를 생산하는 대만은 세계에 중요하고, 영향을 미치는 나라(country)”라며 “때문에 대만의 안보는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을 하나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대만을 국가로 표기할 경우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생중계된 메넨데즈 위원장의 연설에서 이 발언을 할 때 그의 표정이 의도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원 외교위원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발언의 파장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비판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한 표현일 가능성이 있다. 대만측 통역자는 ‘국가’라는 표현을 ‘대만’으로 순화시켜 번역했다. 

14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중국은 이미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만 간의 어떠한 형태의 공식 교류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 의원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더이상 위험한 길로 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 상ㆍ하원 고위급 대표단은 전날 오후 7시40분(현지시간) 미 군용기를 통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이 공항에 직접 나가 미 대표단을 맞았다. 방문한 미 의원은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린지 그레이엄 상원 예산위원회 수석의원, 리차드 버 위생ㆍ교육ㆍ노동ㆍ연금위 상원의원, 로버트 포트먼 국토안보위 수석 상원의원, 벤 새스 상원의원, 로니 잭슨 하원 의원(이상 공화당) 등 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