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이끈 한국 기업들도 일찌감치 6G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6월 15m 거리에서 초당 6.2Gbps(기가비트)의 속도로 데이터 전송에 성공했다. 11월엔 500m 거리에서의 실험을 미국 당국에 신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삼성전자의 당면 목표는 ‘중국을 따라잡는 것’이다.
지난 2월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연구진은 1㎞ 거리에서 초당 1Tbps(테라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2019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6G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하던 해로, 중국은 5G 보급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후 2020년 11월 세계 최초로 6G 테스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에서 THz(테라헤르츠) 통신 기술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두 번째 실험 위성을 쏘아 올렸다.
중국은 이동 통신 기술에서 후발주자였다.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친서방 국가들이 1980년대 초반 1세대 아날로그 이동 통신에서 1996년 한·미 합작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와 유럽의 GSM 기술로 2G 시대, 2000년대 초반 WCDMA(광대역 CDMA) 기반의 3G 스마트폰, 2010년 이를 더욱 발전시킨 4G 시대를 열었다.
이때부터 중국이 굴기(崛起)하기 시작했다. 미국·유럽·한국 등과 다른 독자적 방식(시분할 방식)의 4G를 내세워 ‘기술 장벽’을 쌓기 시작했고, 중국 정부가 나서서 5G 기술과 통신 장비 개발을 지원했다. 화웨이와 ZTE 등 중국 IT 기업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은 한국과 미국에 내줬지만, 중국은 14억 내수시장을 앞세워 가장 요긴하게 써먹고 있다.
6G 기술 경쟁과 이를 통한 4차 산업혁명의 성패가 미·중 신냉전의 새로운 전장(戰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는 “6G 기술을 선점하는 기업과 국가가 다음(4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6G가 경제·산업은 물론 정치와 국방 영역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 일본과 한국까지 6G 기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충형 차이나랩 특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