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더라도 부처 간 정책을 협의하고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건 대통령의 몫이기에 ‘정치인 비서실장’이 아닌 ‘정책통 비서실장’을 발탁했다는 것이다.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김 비서실장과 만남에서 ‘작지만 똑똑한 청와대’를 주문했다”며 “권력은 내려놓되 정책의 맥을 짚고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는 데 있어 김 비서실장의 경륜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이 임명 뒤 질의응답에서 “과거 청와대와 같이 군림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닌 국정을 지원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취지셨다”며 자신의 임명 배경을 설명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윤 당선인은 특히 김 비서실장의 풍부한 청와대 근무 경험을 높이 샀다고 한다. 윤 당선인이 김 비서실장을 소개하며 “경제 전문가이면서 정무감각을 겸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세 정부에 걸친 그의 청와대 이력 때문이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김 비서실장은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정무와 홍보를 청와대의 핵심 기능이라 설명했다”며 “거기서 두 사람의 뜻이 맞았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에선 청와대 행정관(과장급)으로 제7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업무를 맡았다. 노무현 정부에선 선임행정관으로 정책실에서 김병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현 인수위 지역균형발전위원장)을 보좌하다 경제정책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통계청장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겸임)으로 승승장구했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장(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의원은 중앙일보에 “경제 관료로는 아주 드물게 정무 감각이 있는 유연하고 유능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인사도 “굉장히 샤프하고 날카롭지만, 부드럽고 유한 사람이었다”며 “후배들이 많이 따랐다”고 했다.
김 비서실장은 2013년 청와대를 떠난 뒤 발간한『덫에 걸린 한국경제』란 저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정책이었던 ‘무상’과 ‘반값’ 시리즈에 대해 도덕적 해이와 경제 왜곡의 주범이라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정책통’을 비서실장으로 택한 윤 당선인은 국회와의 협의를 맡을 정무수석으론 부산 출신으로 3선을 지낸 이진복 전 국민의힘 의원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홍보수석으론 SBS 보도본부장을 지낸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와 전직 국회의원들이 거론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윤 당선인이 정치가가 아닌 경제통을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권력이 쏠리는 현상을 막으려는 고려도 있었던 것 같다”며 “당장의 어려운 경제 환경을 돌파하겠단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