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데스티네이션 서울에서 열린 브랜드 진출 행사는 다니엘 볼벤 주한 스웨덴 대사의 축사로 시작됐다. ‘스웨덴’ 브랜드임을 처음부터 강조한 셈이다. 폴스타는 스웨덴 볼보자동차와 모기업인 중국 지리(吉利)홀딩그룹이 2017년 설립한 회사다.
글로벌 분업에 따라 차량 기획과 디자인은 스웨덴에서, 생산은 중국에서 각각 이뤄진다. 그래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와 관련된 껄끄러운 질문이 행사에서 쏟아지자 폴스타코리아 측은 진땀을 흘렸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는 “폴스타를 생산하는 중국 현지 공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시스템을 갖춘 곳”이라며 “차량 품질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 검수에 대한 기준치를 높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사실상 기우로 끝났다. 출시 첫날 2시간 만에 2000대, 1주일 만에 연간 판매 목표치인 4000대가 모두 사전 예약되면서다.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의 여론은 반전됐다. “사전 예약했는데 순번 때문에 기약이 없다”처럼 차량이 제때 출고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글이 대거 올라왔다.
2017년 국내 상륙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켄보 600은 판매 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경쟁 차종 대비 저렴한 가격(1999만원)을 앞세워 연간 3000대 판매를 목표했으나, 첫해 300여 대밖에 팔지 못했다. 이듬해에는 10여 대만 판매한 뒤 결국 철수했다.
중국산의 반격은 바로 이뤄졌다. 생산은 중국에서 하되 기존의 수입차 브랜드를 앞세우면서다. 미국 애플이 아이폰의 대부분(90%)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방식대로다.
서서히 입소문을 모으면서 지난해는 전년 실적의 두 배 가까운 3213대를 판매했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테슬라 모델3와 BMW iX3 등이 이후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질 우려를 줄여가는데 한몫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14억 인구를 바탕으로 키운 내수 시장이 강점이다. 2002년 미국·유럽(EU)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고, 2009년 이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전기차 수출이 전년 대비 세 배 증가해 30만 대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가 비결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산이 절반을 장악했다. 특히 닝더스다이(CATL)는 96.7기가와트시(GWh)로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렸다.
세계 4위 배터리 업체이면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중국 비야디(BYD)는 지난해 자국 전기차 시장에서 9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테슬라를 제치고 1등에 올랐다.
중국은 전기차에 이어 차세대 자동차로 평가받는 수소전기차(FCEV) 부문에서도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수소 에너지 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FCEV의 핵심 부품을 포함한 공급망을 정비하겠다”며 “2025년 연간 5만 대 이상 생산·공급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산 유일의 FCEV인 현대자동차 넥쏘의 연간 판매량은 1만 대 미만이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BYD 등 혁신적인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전성시대에 접어든 만큼 정부 지원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