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는 바이든을 ‘슬리피 조(따분한 바이든)’라고 부르며 인신공격성 조롱을 퍼부었다. 선거 뒤엔 결과에 불복하고 극렬 지지자들을 워싱턴으로 불러모아 초유의 의회 폭동 사태까지 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대가 컸을 자신의 취임식을 철책으로 꽁꽁 둘러싸인 채 비정상적으로 치러야 했다.
한국에선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대선 직후 미국과 썩 다르지 않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최대 규모로 확진자가 발생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 회복은 점점 멀어졌다. 선거를 거치며 이젠 지역 갈등도 모자라 세대간·젠더간 갈등의 골까지 깊어졌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 새 대통령 당선인을 놓고 떠오르는 가장 큰 이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 정도다. 과거와 차별화해 방역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경제는 어떻게 살리고 부동산값은 어떻게 잡을 건지, 자신을 부각할 수 있는 이슈들은 용산 이야기에 다 덮여버렸다. 지난 권력과 갈등 상황을 만들면서 자신을 뽑지 않은 국민 절반의 마음을 살 기회도 놓쳤다.
사실 자기 이슈에 집중했던 바이든 대통령조차 아프가니스탄 철수, 오미크론 확산 같은 돌발상황에 부딪히며 낮은 지지율에 고전하고 있다. 확실한 다수당이 못된 탓에 야심 차게 내민 법안은 상원에서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 이제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 정말 시급한 과제들에 대한 ‘윤석열표’ 해법을 제시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렇지 않고 여전히 갈등에 기대 국정을 시작한다면 내년 이맘때쯤, 지금 바이든 정부보다 더 힘든 2년 차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