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260만 대로 신차 판매량의 약 1.4배에 해당한다. 미국 2.4배, 유럽 2배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고차 시장 내 젊은 소비계층의 등장으로 온라인 구매율이 높아졌고 중국 중고차 및 전체 자동차 서비스 시장도 디지털 상업화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에 따르면 중고차의 전자상거래 시장 침투율은 2018년 16.8%, 2019년 약 19% 2021년에는 21.6%로 전망되며 가속하는 추세다.
중고차 전자상거래 기업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처하오둬(車好多) 그룹이다.
산하엔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과쯔(瓜子)'와 신차 거래 온라인 플랫폼 '마오더우(毛豆)'를 운영하고 있다. 또 자동차 정비, 애프터마켓 등 자동차 전 생애 주기에 대한 산업체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명의 변경, 대출 서비스, 보험 판매도 이들의 주요 서비스다.
지난 2019년 2월엔 소프트뱅크로부터 15억 달러의 시리즈 D 투자금을 유치, 2021년 6월엔 3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기업 가치는 100억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H캐피탈의 주도로 세콰이어캐피털(紅杉資本)과 IDG캐피탈(IDG資本)이 투자에 참여했다.
통상적으로 일반 소비자만을 주 고객으로 삼는 타 플랫폼과 달리 과쯔는 기업 역시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C2C, B2C, C2B 세 가지 비즈니스 모델로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방식과 조금 다르다.
*C2C(Consumer-to-consumer): 모델은 소비자-소비자 거래 방식으로, 과쯔는 개인 차량 소유주로부터 차량을 사들이고 다시 개인에게 판매한다.
*B2C(Business to Customer): 기업-소비자 간의 거래로, 오픈 플랫폼 방식이다. 자동차 딜러가 직접 과쯔 플랫폼에 중고차를 올려 판매하는 방식인데, 이때 과쯔의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사고, 침수 차량, 중요 부품 교체 등 문제가 적발되면 과쯔 플랫폼에 등록할 수 없다.
*C2B(Consumer-to-Business): 소비자-기업 간의 거래로 '경매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개인 소비자가 차를 과쯔 경매에 올리면 기업 딜러들이 낙찰을 받는 방식이다.
AI로 내 차 산다? 과쯔가 특별한 이유
중고차는 식품과 같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그 가치가 시시각각 떨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과쯔는 재고를 60일 이상 가지고 있으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AI를 활용해 평균 15일 이후 다음 주인에게 팔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재고를 60일에서 15일로 줄였다는 것은 경영 효율을 4배가량 증가시킨다는 말이다.
가격과 투명한 정보 공개, 차 상태 보장은 소비자가 중고차를 선택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거래·물류·배송 관련 데이터 분석에 맞춰 과쯔중고차는 전국을 아우르는 물류·인도 네트워크를 구축해 효율적이고 정확한 차량 인도를 보장한다.
이 같은 전략에 과쯔 앱(APP)은 지난해 4월 일일 활성 사용자 수와 앱 보급률에서 큰 격차로 선두를 달리며 중고차 업계 온라인 트래픽의 80%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구매 방식이 젊은 층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요즘, 2017년 출시된 마오더우는 ‘차량 리스’를 통해 젊은 층의 신차 구매를 돕고 있다. 이 서비스의 주요 이용자층은 '도시 청년'으로 출퇴근용 차량이 필요하지만 당장 차를 구매할 목돈이 없는 젊은 층이다.
마오더우 신차의 가장 큰 특징은 ‘금융 리스’다. 이 모델은 자동차 이용권과 소유권을 분리해 소비자가 장기 렌트 방식으로 차량 이용권을 확보한 뒤 매달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리스 기간이 만료되면 차량을 소비자 명의로 이전할 수 있으며, 잔금을 일시불로 지불할 수도 있고 할부금도 선택할 수 있다. 또 대출, 융자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어 젊은 층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처하오둬그룹의 발전과 변화는 중국 중고차 전자상거래 시장 발전의 축소판이다.
처하오둬의 전신인 과쯔중고차 역시 반전자상거래 모델을 통해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폐해도 많았다. 이는 필연적으로 오프라인 매장 개설을 해야 하는데, 2018년 중반에만 과쯔중고차는 해당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전국에 108개의 매장을 두었다. 당연히 영업 비용은 극으로 치달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업계 거래량이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처하오둬는 “완전 전자상거래” 모델을 도입했다.
최근 2년 동안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축소했다. 더는 과중한 전시 역할을 담당하지 않고 창고 기능으로 전환했다. 전환 이후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거래를 마치고 인도 단계에서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게 되어 매장 인테리어와 임대료, 영업사원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플랫폼의 전시·거래 기능은 주로 온라인으로 이전하고, 라이브 방송, 인기 크리에이터 등을 통해 더 많은 이용자가 플랫폼에 머물며 제품을 알고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처하오둬가 투자받은 3억 달러의 자금은 반(半)전자상거래 모델에서 점차 온라인 거래, 오프라인 계약 이행의 전면 전자상거래 모델로 전환하는 데 사용되었다.
또 자체 영업에서 개방형 영업으로 방향을 바꿔 타사 자동차 딜러를 연결해 차량 공급원을 확장하고 공개 플랫폼 모드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중국 상무부는 중고차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비합리적인 중고차 거래제한 정책을 철폐하고, 중고차 거래 등록 절차를 타지역에서도 일괄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국 공안부도 중고차 거래에 대해서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에 이양하는 이른바 '방관복(放管服)' 개혁을 심화하고, 중고차의 지역 간 거래와 재산권 양도 제한을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관련 12개 조치를 내놓았다.
국가가 전면적으로 제한 철폐를 추진하면서 지역 규제가 허물어지고 중고차는 전국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전자상거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에서 불고 있는 신에너지 차량 산업 붐은 중고차 시장에 날개를 돋아줄 전망이다.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차량 교체 주기가 짧은 신에너지 차량은 중고 거래가 더 활발하다. 향후 신에너지 차량이 시장의 주류로 변모하게 되면 중고차 거래 시장 또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중고차 시장이 향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처하오둬가 또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