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네 병·의원에서도 코로나19 환자를 대면 진료하는 등 일상적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감염병 등급은 여전히 최고 단계로 유지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동네 병·의원에서 언제든 검사와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기관의 ‘수용성’을 높이려면 등급 하향이 필수라는 것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가 여전히 1급 질환이라 가볍게 다루기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온다”며 “일단 2급으로 낮추면서 의료체계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도록 신호를 주되 시간을 두고 확진자 격리 의무 등을 조정해나가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누적 치명률이 최근 0.13%로 떨어졌고, 유행 정점을 지난 것도 방역당국이 등급 조정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법정 감염병은 질환의 심각도와 전파력, 관리 방안 등에 따라 네 등급으로 나뉜다. 현재 코로나19의 경우 에볼라바이러스, 페스트, 탄저병과 같이 ‘1등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의료진은 발견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해야 하며 모든 환자는 음압병실에서 격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두나 홍역과 같은 감염병이 2급에 속한다. 이때는 보고 의무가 발병 이후 24시간 이내로 완화된다.
방역당국은 새로운 거리두기 방안을 발표하는 15일 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 여부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선 다음 달 2일부터 ‘2급’으로 하향하고 한 달 가량의 이행기를 거쳐 격리 의무 등을 없애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격리를 유지하되 기간은 현행 7일에서 5일로 단축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다만 방역당국 관계자는 “논쟁 중인 사안”이라며 “전파 가능성이 없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역 규제를 푸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거리두기가 사회·경제적 피해를 야기하고,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며 “조만간 해제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긴장감을 떨어뜨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전히 요양병원·시설 등 고위험 시설 내 감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