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인선을 발표했다. 국방부 장관엔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문화체육부 장관엔 박보균 전 중앙일보 대기자, 여성가족부 장관엔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엔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엔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각각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 당선인의 첫 장관 인선은 정책 전문성과 윤 당선인 본인과의 ‘케미’(케미스트리·호흡)를 동시에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 전문성 우선 고려
실제로 정책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후보들이 인선 명단에 올랐다. 추경호 후보자는 기재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를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재선 국회의원으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도 역임했다. 이종섭 후보자는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한·미 동맹을 주제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미 동맹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창양 후보자는 관료 출신이면서도 기술혁신경제학 분야 석학으로 인정받는다. 이종호 후보자는 “‘3차원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공학자”라고 윤 당선인 측은 설명했다.
원희룡 후보자는 대선 때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당선 뒤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맡으며 윤 당선인의 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국토부 관련 직접적인 경력이 없다는 데 대해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원 후보자는 선거 기간 정책을 총괄했던 사람이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인 출신 박보균 후보자는 미국 워싱턴에 잊힌 존재로 방치됐던 19세기 말 대한제국 공사관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재조명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경력이 있다. 정호영 후보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코로나19 생활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의료체계의 틀을 잡은 인물이다. 김현숙 후보자도 윤 당선인 정책특보로 정책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과거 인연, ‘케미’도 주요 기준
원희룡·김현숙 후보자는 대선 때부터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춰가며 정책을 마련해왔다. 박보균 후보자도 대선캠프에서 특별고문으로 윤 당선인을 도왔고, 이종호 후보자는 지난해 5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윤 당선인이 눈여겨봤다고 한다. 추경호·이종섭·이창양 후보자는 인수위원으로서 윤 당선인과 정책을 구체화해왔다. 정호영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 사이다.
한번 챙긴 인물을 끝까지 챙기는 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이번 인선에도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성 1명, 30·40대는 0명
이번 인선에서 여성은 김현숙 후보자 1명에 불과했다. 30·40대와 호남 후보자는 없었다. 이 때문에 인사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선거 운동 때부터 (인사) 할당, 안배를 안 한다고 했다. 각 부처를 가장 유능하게 맡아서 이끌 분을 찾아서 지명하면 부처가 많고 대한민국의 인재가 쏠려 있지 않아서 지역, 성별, 세대 균형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 당선인의 인선 발표 자리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함께 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이 강한 한국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한 후보가 국무위원 후보자 추천서에 8명의 명단을 자필로 적어 당선인에게 문서로 제출했다”며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총리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추천권을 행사하는 데부터 책임총리제를 실현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한 후보자는 ‘실제로 인사에 대한 의견이 반영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당선인과 약 3시간, 장제원 비서실장, 인사팀들과 약 2시간 반, 총 5시간 반 정도 (논의를) 했다”며 “부처의 성격은 이렇고, 어떤 성격의 사람이 오는 게 좋고,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다 등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