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은 폐 수술을 받은 환자 13명에게서 뗀 조직을 0.003mm 단위까지 분석했다. 그 결과 11명에게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포장, 파이프 등에 많이 쓰이는 PP 성분이 23%를 차지했고, 병에 사용되는 PET 성분이 18%였다. 이러한 입자는 폐 상부나 중간보다는 하부에서 더 많이 나왔다.
숨진 사람을 부검한 폐 조직에서 입자를 발견한 적은 있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폐에선 처음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브라질 연구에선 폐 부검 대상 20명 중 13명에게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이는 작은 플라스틱 입자가 체내를 돌아다니다가 특정 장기에 머무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가리키는 미세플라스틱은 전 세계를 조용히 점령하고 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부터 남·북극 같은 극지방까지 확인되는 등 광범위한 오염이 진행됐다. 플라스틱은 수백 년간 썩지 않고 끊임없이 마모되고 나눠진다. 그렇게 생긴 미세플라스틱은 음식이나 물에 섞일 뿐 아니라 공기 속 입자로 떠다니기 때문에 사람이 쉽게 흡입할 수 있다.
지난달엔 처음으로 사람 혈액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 연구팀이 '국제환경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건강한 네덜란드 성인 22명 중 17명에게서 측정 가능한 수준의 혈중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이 연구에선 PET 성분이 절반을 차지했고, 폴리스티렌(PS) 36%, 폴리에틸렌(PE) 23% 순이었다.
환경단체는 플라스틱 사용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다회용기 사용 등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게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단순히 플라스틱 재활용만 늘리기보다는 일회용품 생산·사용부터 줄여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시민 차원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정부도 사전 예방, 사후 처리를 포함한 체계적 대책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