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전 대통령 에너지 참모의 진단
바로 ‘자본주의 황금기(Golden Age)’의 종말이다. 황금기는 1950년부터 시작됐다. 그 시절 기업의 순이익은 꾸준히 늘었다. 노동자 소득수준도 상승했다. 중산층이 두꺼워졌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의 경제가 해마다 평균 4% 이상 성장했다. 성장(일자리 창출)과 폭넓은 복지가 동시에 가능했다. 그러나 원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기업의 비용이 급증했다. 평균 이익이 급감했다. 임금 인상 요구를 따르기가 어려워졌다.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성장-고물가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했다.
1·2차땐 국제정치적 이유로 공급난
3차는 투자·생산 줄며 공급도 감소
코로나로 셰일오일 늘릴 일손 없어
“하루 최대 800만 배럴 부족” 전망도
3차는 투자·생산 줄며 공급도 감소
코로나로 셰일오일 늘릴 일손 없어
“하루 최대 800만 배럴 부족” 전망도
굿하트 교수는 “오일쇼크는 영원할 듯한 생산-소비 함수를 통째로 뒤흔들었다”며 “마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지구 자기장 흐름이 바뀐 듯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유가 뛴 건 공급보다 수요 증가
요즘 기름값 상승세가 일단 멈췄다. 한국시각 4일 현재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99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104달러 선에서 오르내렸다. 지난달 WTI와 브렌트는 120달러를 웃돌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략적비축유(SPR)를 하루 100만 배럴씩 풀고, 놀고 있는 셰일유전 등에 과태료를 물리기로 한 게 일단 주효한 듯하다.
하루 800만 배럴 공급 부족?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다. 1차 오일쇼크 때 공급이 ‘일시적으로’ 하루 500만 배럴 줄어든 것만으로도 그 사달이 벌어졌다. 게다가 그때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공급을 원상회복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치적인 금수조치였기 때문이다.
반면 요즘엔 즉시 생산 가능한 유전 자체가 많지 않다. 하루 250만 배럴 정도다. 유전개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서다. 사정이 이쯤 되면 오일쇼크란 네이밍이 되살아날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에너지 참모인 로버트 맥널리 래피던 대표는 지난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역사상 세 번째 오일쇼크로 가는 과정에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화석 에너지 투자를 금기시하는 흐름 때문에 세 번째 오일쇼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전기차 늘어도 원유 소비 급감 없을 것”
현재 공급 부족은 1, 2차 오일쇼크 때와 성격이 다르다. 그 시절엔 국제정치적인 이유로 공급이 줄었다. 수도꼭지 열듯 원유 밸브만 개방하면 즉시 공급이 증가할 수 있었다. 물론 미 셰일유전은 생산 재개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기는 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코로나 상흔이 있다고 맥널리 대표는 전했다.
알래스카산 원유는 1980년대 고유가 시대를 끝냈다. 셰일원유는 수퍼사이클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렇다면 전기차 효과는 어떨까?
또 다른 에너지 전문가인 『뉴맵』의 저자 대니얼 예긴은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전기차 대수가 늘기는 하겠지만, 원유 소비를 눈에 띄게 줄이지는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원유 소비 시나리오 가운데 급격한 감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세계는 지금 3차 오일쇼크로 가는 궤도에 들어선 셈이다. 인플레이션 정도가 아니라 1, 2차 때처럼 경제의 질이 바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