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코스피+코스닥) 183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는 지난 3일 기준 49조5793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47조8186억원)보다 3.7%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1.2% 상향 조정됐다.
‘공급망 악화’ 차부품업체도 일제히 하향
최근 한 달 동안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다른 업종보다 눈에 띄게 오른 업종도 석유·가스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석유·가스 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3조4207억원)는 한 달 전(2조6833억원)보다 27.5% 뛰었다. 46개 업종 중 1위다. 유가가 치솟으며 정유사의 원유 재고평가 이익이 급등한 데다가, 정제마진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한 덕분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과 각종 비용을 뺀 금액으로, 정유업체의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 3월 말 배럴당 107.71달러로 연초(배럴당 76.88달러)보다 40.1% 뛰었다.
SK이노베이션도 영업이익 전망치(7546억원)가 한 달 전(5755억원)보다 31.1% 상향 조정됐다. 지난해 1분기(5025억원)보다 50.1% 늘어난 것이다.
반면 원자재 값 상승과 공급망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도 있다. 자동차부품(-1.7%)과 디스플레이·부품(-2.8%)업종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한 달 새 일제히 하향조정 됐다. 시멘트 업체 쌍용C&E(-37.2%)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유연탄 값 급등에 한 달 만에 30% 넘게 낮춰졌다.
증권사(-5%)와 백화점(-1.2%), 건설업종(-0.9%)도 한 달 새 실적 전망치가 하향됐다.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40% 늘듯
하지만 한 달 전보다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0.1% 소폭 하향 조정됐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쟁 또는 중국 봉쇄 등의 영향으로 스마트폰·TV 등 완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거나, 원가 부담으로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소폭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분기에 50조원에 육박하는 상장사 영업이익에도, 전문가들은 지지부진한 증시 흐름을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반적인 실적 호조라기보단 정유주 실적이 단기간 개선된 영향이 크다”며 “만일 증권사 예상(컨센서스)보다 실적이 부진하면 코스피는 2700선 아래로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제조업 일부 업종은 원자재 가격 부담에 영업이익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며 “미국의 긴축 행보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진 박스권 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