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저격수→尹과 티키타카→경기지사? 몸값 뛰는 '尹의 입'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2022.04.04 05:00

수정 2022.04.0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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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이 30일 오전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사법 시험을 보다가 시험장을 나와 족발을 먹으러 갔다는 첩보가 입수 됐습니다. 맞습니까?” 
 
윤 당선인과 김 대변인은 지난해 9월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의 당내 경선후보 인터뷰 코너 ‘누가 후보가 될 상인가’를 통해 처음 만났다. 진행자 자격으로 윤 당선인과 40분간 대화를 나눴던 김 대변인이 말미에 던진 ‘첩보’ 질문에, 긴장감 넘치던 인터뷰 분위기가 반전됐다. 카메라 앞에서 굳은 기색이 역력했던 윤 당선인은 질문을 듣고선 자세를 풀고 웃으며 “족발 때문에 제가 5년을 공부 더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첫 만남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대선 기간 내내 이어졌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11월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의 추천으로 선대위 대변인에 임명된 후 4개월 간 윤 당선인의 언론 창구로 활약했다. 공보단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인 지난해 12월 한 달 간 윤 당선인의 지역 일정마다 동행하며 후보의 메시지와 대언론 활동을 직접 챙겼다. 김 대변인 측은 “당시 대변인단 인원이 수십명이었지만, 윤 당선인이 김 대변인에게 1박 이상의 중요 일정에는 반드시 함께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미 ‘직업이 대변인’이라 할 정도로 오랫동안 기자들 앞에 서왔다. MBC 기자·앵커 출신인 그는 지난 2008년 이명박(MB) 정부 청와대의 외신 부대변인을 시작으로 'MB 청와대 대변인→KT 공보실장 겸 대변인→혁신통합추진위원회 대변인→김종인 위원장 비대위 대변인→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대변인→선대위 대변인→윤 당선인 대변인'까지 대변인 타이틀만 7번 달았다.


'대변인 스페셜리스트'라 불러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여러 자리에서 안팎의 인정을 두루 받은 김 대변인이지만, 당선인 대변인을 맡는 것에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내정 기사가 났을 때까지도 선뜻 수락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독점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고, 더 많은 분에게 기회가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를 윤 당선인은 여러 채널을 통해 설득했는데, 김 대변인은 “야구로 치면 체인지업 같은 변화구를 섞어 던지고, 변주해가며 사람의 마음을 잡는다. 그게 사람 마음을 잡는 당선인의 비법”이라고 말했다.
 
대변인 외에 김 대변인은 ‘대장동 저격수’로도 불렸다. 대변인과 공보단장으로 선대위의 수비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지역구인 경기 성남시 대장동의 개발 특혜 의혹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연루돼있다는 자료들을 발굴하며 공격수 역할도 맡았다.
 
김 대변인은 대장동 의혹의 실무자로 지목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고등학생 아들 등 유족들을 직접 만났고, 대선 직전 한 언론이 윤 당선인의 부산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담은 녹취록을 공개하자 바로 다음날 이를 반박할 검찰 조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대변인 측 관계자는 “의원실에서도 없는 자료를 김 대변인이 따로 입수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김 대변인 앞에는 '경기지사 선거 출마'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그러잖아도 높은 인지도에 일 처리 방식에 대한 주변의 평가가 더해지면서 자연스레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한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초선 중엔 김은혜 의원이 에이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수위 주변에선 김 대변인이 경기지사 선거에 뛰어들어 유승민 전 의원 등과 붙을 당내 경선부터 흥행의 물꼬를 트고, 그 바람을 몰아 본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당의 요청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아직 고민 중”이라고만 하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