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력범죄 촉법소년 8474명…법무부 "연령기준 조정 지원"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업무보고에 참석해 촉법소년 연령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지원하겠다고 보고했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관련법 개정안 검토를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연령 기준 변경에 대한 찬반 의견이나 자체 고려하고 있는 구체적 연령 기준을 따로 밝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촉법소년 문제는 소년범에 의한 흉악 범죄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논란이 됐다. 2017년 9월 부산 사상구의 한 목재공장 인근에서 여중생 5명이 또래 여중생을 공사 자재와 의자, 유리병 등으로 1시간 30분에 걸쳐 100여 차례 폭행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때나, 지난해 4월 조건만남(성매매) 제안을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또래 여중생을 밤새 집단 폭행한 '포항 여중생 폭행사건' 때 가해자들은 대부분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됐다. 2020년 3월 서울에서 훔친 렌터카로 대전까지 운전해 갔다가 경찰의 추적을 피하던 중 오토바이 배달원을 들이받아 사망에 이르게 한 중학생들 일부도 촉법소년으로 알려졌다.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마저 있다. 지난해 3월 윤지선 세종대 철학 교수의 온라인 화상 강의에 무단 접속해 음란물 유포 및 욕설을 내뱉은 A군은 촉법소년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A군은 법적 대응하겠다는 윤 교수에게 "응 나 촉법소년"이라고 받아쳤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촉법소년 제도를 없애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尹도 李도 "연령 하향" 공약…국회도 개정 입법 여러 건
지난 대선에서도 촉법소년 문제는 후보들 공약에 포함됐다. 윤 당선인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2세 미만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렇게 되면 최대 중학교 2학년생까지 적용받던 촉법 혜택이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로 낮아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도 후보 시절 "만 14세인 촉법소년 상한을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이 문제에 있어선 여야 모두 큰 이견이 없었다.
국회에도 관련 개정법안이 고루 발의돼 있다. 국민의힘에선 이종배 의원을 대표자로 지난달 23일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만 14세에서 12세로 낮추고, 특정강력범죄법상 특정강력범죄(살인·약취·강간·강도 등)를 범한 만 19세 미만 소년은 소년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형사처분을 받게 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서영교 의원을 대표자로 지난 1월 18일 소년법을 적용받는 소년의 연령을 만 19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낮추고,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발의안 역시 소년이더라도 살인이나 치사·성범죄·특정강력범죄를 범했을 때는 소년부의 보호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같은 당 김회재 의원도 동일한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법조계 "하한선 낮추는 것까지 논의 필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8년 제정 당시 만 12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으로 정해졌다가, 1988년 법 개정을 통해 하한선만 만 10세로 하향조정됐다. 법조계에선 근래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촉법소년 연령 상한선 하향조정을 환영한다는 목소리에 더해, 하한선까지도 낮출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형사처분 대상 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것만큼이나 보호처분 대상 소년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최근 소년범죄 추세에 맞는 대응이란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