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상장 당일 3사 시총 제쳐
하이브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최초의 엔터기업이기도 하다. SM, JYP, YG는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코스피는 코스닥 보다 규모나 매출액 면에서 보다 까다로운 상장 기준을 요구하는데 이를 가뿐히 통과했다. 하이브 상장 당시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빅히트가 코스피시장에 상장함으로써 엔터주의 위상이 크게 격상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전 대형 3사(SM·YG·JYP)의 상장 과정은 가시밭길이었다. 초기 엔터 산업에 대한 편견, 스캔들 하나에도 흔들리는 사업 구조에 대한 불신 등으로 주식시장의 눈높이를 맞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국 증시 역사상 최초의 ‘엔터주’는 SM이다.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00년 4월에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룹 H.O.T, SES, 신화 등 1세대 아이돌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은 성과였다. 당시 SM의 공모가는 1만2000원, 상장 당일 시가총액은 402억원에 달했다.
JYP, YG가 증시에 입성한 건 그로부터 10년 뒤였다. 소녀시대, 빅뱅, 원더걸스 등이 동시 활동하던 K팝의 황금기였다. 하지만 상장 과정은 험난했다. YG는 한 차례 재수 끝에야 상장할 수 있었다. 그룹 빅뱅의 군 입대 이후 매출의 불확실성이 당시 주된 탈락 이유로 꼽혔다. JYP는 아예 우회 상장을 택했다. 당시 국내에서 잘 나가던 원더걸스가 미국 진출에 실패하면서 3년 간 매출 적자를 기록해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엔터사 최대 미션 '아이돌 공백' 메워라
JYP나 YG는 상장 이후 음식료 사업이나 드라마 제작 사업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SM은 최근까지 광고(SK플래닛, FNC 애드컬쳐)와 메니지먼트(키이스트) 사를 끊임없이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반면 공모 당시부터 하이브는 ‘엔터사’가 아닌 ‘플랫폼 기업’을 표방하면서 기업 가치를 높였다. 상장 이후에도 플랫폼 기업을 향한 광폭 행보로 주가를 끌어 올렸다.
이환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플랫폼’기업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가져가 시장의 인정을 받았다”며 “다른 엔터사들도 상장 이후 조달된 자금으로 공격적인 M&A에 나섰지만, 하이브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