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차 소방관인 장태동(39) 소방경은 지난해 말 동료가 겪은 상황을 심각하게 얘기했다. 당시 50대 여성이 “복통이 심하다”며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이 출동했는데 신고받은 장소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다시 신고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야 했다. 전화를 걸었지만, 신고자는 받지 않았다. 수십차례 통화 연결음을 들은 뒤에야 간신히 연락이 닿았고 환자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신고자는 복통이 심해 말하기 힘든 상황에서 모르는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와서 처음엔 받지 않았다고 했다. 장 소방경은 “위급한 상황이 되기 전 환자와 연락이 닿아 그나마 다행인 경우였다”며 “이런 상황에 직면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초조해진다”고 했다.
“빠른 구조 위해 수신자에 재차 전화하지만…”
지난 1월 해결책을 고민하던 장 소방경의 눈에 T전화가 포착됐다. 지인이 스팸차단용으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었다. T전화는 발신자가 미리 설정해 둔 사진이나 문구를 수신자 화면에 뜨게 할 수 있다. 전화정보를 서로 저장하지 않아도 수신자가 발신자의 정보를 볼 수 있어 스팸 전화 차단 용도로 쓰인다.
장 소방경은 만약 발신인에게 ‘OO 소방서’란 알림이 뜨면 통화 성공률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다. 이동통신사 중 T전화를 기본으로 적용하는 통신회사의 가입자 수가 제일 많은 점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통신회사는 공공기관 발신정보 알림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었다. 보이스 피싱이나 사칭 등의 범죄에 악용될 경우를 우려해서다. 장 소방경을 비롯한 인천 소방의 거듭된 요청에 통신회사 측은 입장을 바꿨다. 통신회사 측은 “소방당국의 재난관리 업무를 고려해 유선전화가 아닌 휴대전화 번호로는 처음으로 공공기관 발신정보 알림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신 차량 따라 달라지는 휴대전화 화면
지난 18일 ‘119이음콜’ 서비스가 시작하면서 장씨의 노력은 결실을 봤다. 인천소방본부 소속 10개 군·구 소방서의 유선 전화번호 800개와 휴대전화 200개가 T전화에 등록됐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수신자 휴대전화 화면엔 소속 기관명과 소방차량 그림이 뜬다. 장 소방경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대원들은 통화 성공률이 높아진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고 했다.
인천소방본부는 119이음콜을 시범 운영한 뒤 개선 사항 등을 검토해 보완할 계획이다. 장 소방경은 “소방대원과 시민 간 통화 건수가 실제론 100만건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119이음콜로 대원들의 고충이 줄고 시민의 안전을 더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