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태양광, 세계 발전량 10%선 넘었다…韓은 절반에 그쳐

중앙일보

입력 2022.03.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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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의 한경 풍력 발전단지 모습. 뉴스1

재생에너지의 대표 격인 풍력·태양광이 처음으로 전 세계 발전량의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풍력·태양광 비중이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영국의 기후에너지 씽크탱크 '엠버'는 2000~2021년 전 세계 전력 통계를 취합·분석한 '국제 전력 리뷰 2022' 보고서를 공개했다. 2000~2020년 통계는 209개국 기준이고, 지난해엔 75개국을 대상으로 삼았다. 이 보고서는 해마다 발표된다.
 
이에 따르면 '깨끗한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성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발전량의 10.3%가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됐다. 2020년(9.3%) 대비 1%포인트 늘었다.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정'이 맺어진 2015년(4.6%)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오른 수치다. 석탄 발전 비율이 최근 수년간 35~40% 수준에서 정체된 것과 대비된다.

새만금 지구에 설치된 육상 태양광 발전시설 현장. 연합뉴스

풍력·태양광 비중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국가는 50개국에 달했다. 아시아에선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 등이 지난해 풍력과 태양광을 합쳐 10%를 처음 넘어섰다. 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이 두드러졌다. 덴마크는 발전량의 절반 이상(51.8%)을 충당했고, 스페인(32.9%), 독일(28.8%) 등도 상위권이었다.
 
데이브 존스 엠버 국제전력팀장은 "풍력과 태양광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행 에너지 체계를 재편성하는 과정이 시작됐다. 향후 10년 동안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풍력·태양광을 빠르게 보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느린 편이다. 지난해 풍력(0.55%)과 태양광(4.12%)을 합친 비중은 4.7%로 집계됐다. 2015년(1%), 2020년(3.8%)과 비교하면 꽤 늘었지만, 전 세계 평균의 절반에 못 미친다. 페루, 태국, 도미니카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말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도 선진국들처럼 재생에너지 확대를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다. 현 정부는 탈(脫)원전과 풍력·태양광 발전을 함께 강조해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2030년까지 원전 비중 확대(30~35%)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비율도 20~25%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을 계획대로 달성하려면 정책 변화가 더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스틴 홈스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늦은 가운데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25%를 달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 차기 정부는 석탄 발전 중단 추진,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효율화와 복잡한 풍력·태양광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에 힘써야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