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박경석(62) 공동대표는 시민들의 불편을 알면서도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와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한 배경을 이렇게 얘기했다. 박 공동대표는 “욕먹는 것보다 잊히는 게 더 무서워 출근길 시위를 진행해왔다”고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26차까지 이어져 온 시위를 전장연은 멈추기로 했다. 29일 “내일부터 출근길 시위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시위를) 멈춰달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요청이 있었고, 인수위에도 저희 요구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자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인수위 만난 전장연…지하철 시위 잠정 중단
이에 임 간사는 “여러분의 절박한 마음을 알았으니 시민들께 폐를 끼치는 부분은 지양해달라”며 “말씀 주신 부분은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또 “윤석열 새 정부는 소통과 통합을 내걸고 있다. 장애인 단체와 소통하고 과제를 정리해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전장연은 인수위에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까지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출근길 시위는 그때까지 잠정 중단된다. 다만 전장연은 정치권과 시민들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30일부터 릴레이 삭발 투쟁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시민들에 피해 주지 않는 형태로 집회 방식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비판 알지만…“6.4% 때문에 장애인 죽는다”
전장연을 향한 차가운 시선을 모르지 않는 박 대표가 지하철 시위에 나선 건 “제도권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기 때문”이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했고, 이후 서울시에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등을 요구했다. 2004년까지 엘리베이터 설치를 100% 하기로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 2002년 발산역 리프트 사망 사고 이후에는 39일 동안 단식을 했다. 지금은 2022년이다. 서울 지하철 역사의 93.6%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지만, 나머지 6.4% 역에서 장애인이 다치거나 떨어져 죽으면 어떡하나.”
박 대표는 탈시설 등 장애인의 권리 예산 확보도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동을 해야 교육을 받고, 교육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다. 일자리를 구해야 시민으로서 의무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출근길 시위는 이동권 등 장애인의 삶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는 최후의 몸부림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