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잠실야구장으로 시범경기를 와보니 원정 라커룸이나 샤워실, 식당이 꽤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진작 이랬으면 좋았을 것 같다.” (지방 연고 프로야구 A구단 관계자)
‘고질적 문제’ 원정팀 샤워실·라커룸 확장
서울시는 29일 “잠실야구장 원정팀이 쓰는 라커룸 크기를 50→72㎡로 확대하고 사물함 33개를 설치했다”며 “KBO 측의 시설 개선 요청과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의 쓴소리를 적극 반영했다”고 밝혔다. 원정팀 샤워실 공간도 8→36㎡로 확대하고 샤워기 개수도 3개에서 11개로 늘렸다.
서울시는 총 27억 원을 투입해 18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규모로 식당을 확대하고, 선수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물리치료실과 라커룸 10개를 갖춘 코치실도 새롭게 만들었다. 또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람석 계단 및 통로 바닥에 미끄럼방지 바닥재를 덧씌우고 탈색된 관람석도 교체했다.
“샤워 못해 몸살 걸리다니” 허구연 비판
29일 신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 취임한 허구연 전 MBC 야구해설위원은 그간 잠실야구장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앞서 허 총재는 ‘구독 허구연‘, ‘스톡킹’ 등 유튜브에 출연해 “한국야구의 메카가 잠실구장인데 이런 시설은 창피하다”며 “합리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영상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선수가 비 맞고 샤워를 못 해 감기몸살로 게임에 못 나오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KBO 총재 취임…잠실구장 수익배분 바뀔까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잠실야구장의 전광판, 펜스 등을 이용한 전체 광고수익은 연간 172억 원 수준이다. 이중 서울시가 127억 원(73.8%)을 가져가고 나머지 45억 원을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가 각각 22억5000만 원(13.1%)씩 가져간다.
서울시가 구단과 광고 관련 계약을 맺으며 연간 광고사용료를 감정평가를 통해 정하고 이를 고정적으로 받는 구조다. 이후 추가수익(전체 광고수익-고정 광고사용료)이 나면 그중 50%를 서울시가 가져가고, 추가수익의 나머지 절반을 두 구단이 나눠 갖는다.
“수익 독식” VS “잠실구장 공유재산”
KBO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자체가 프로야구 구단을 유치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려는 공공의 책무 중 하나”라며 “구단이 있고 팬이 찾기에 광고수익이 나는 것인데 시가 사용료에 광고수익까지 독식하다시피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측은 “최근 지어진 지방구단의 구장은 구단이 사비를 털어 지었지만, 잠실구장은 세금으로 지어진 공유재산”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구단이 잠실구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지만, 상업광고는 조례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선정된다”며 “위탁범위 내에 상업광고는 포함되지 않는 데다 공유재산은 관계 법령 등에 따른 절차에 따라야 한다. 또 연평균 30억원 규모의 시설개선 예산도 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