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윤곽이 4월 초에 드러날 예정인 가운데,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이름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안 위원장을 여전히 유력한 카드로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관계자는 28일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공동정부 파트너이고, 안 위원장의 결심이 총리 인선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 측 인사도 “안 위원장이 3월 내로 총리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계획”이라며 “총리 후보군에 거론되는 상황과 관련해 조만간 윤 당선인과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총리 카드’가 재부상하면서 그의 안랩 주식 백지신탁 이슈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인 국무총리가 3000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임명 두 달 내에 주식을 직접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증권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해당 수탁기관은 60일 이내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국정 전반을 관장하는 총리의 사적 이해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주식이 백지신탁 대상인지를 심사하는 심사위원회를 거치기는 하지만, 총리의 업무 특성상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백지신탁을 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안 위원장이 수탁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주식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은 안랩의 지분 18.6%(186만주)를 가진 최대 주주다. 28일 종가 13만3500원을 기준으로 2483억원 규모다. 최근 주가가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 8일 종가가 7만80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많이 올랐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백지신탁을 ‘안철수 총리’ 시나리오의 최대 변수로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단순히 주식을 매각하는 문제뿐 아니라 경영권 리스크 등이 걸려있어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정치권 인사는 “안랩 창업주인 안 위원장의 회사에 대한 애착이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안 위원장 주변에선 “안 위원장은 이미 오래전에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는 뜻을 굳혔다. 백지 신탁은 절대 걸림돌이 될 수 없다”(국민의당 관계자)며 선을 긋고 있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번 대선 때도 ‘돈 문제가 안철수의 걸림돌’이라는 일각의 공격에 대해 안 위원장이 분노를 표출했었다”며 “백지신탁 문제는 이미 예전에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마음을 굳힌 사안”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당선되면 안랩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안 위원장의 안랩 주식이 실제로 처분된다면 백지신탁 사상 최대 규모다. 2014년 정몽준 전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 현대중공업 주식 지분 10.1%(당시 기준 약 1조 7000억원 규모)를 백지신탁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된 적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심사위의) 심사를 받고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낙선하면서 백지신탁은 없던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