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선 예타 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에 기획재정부에 가덕신공항의 예타면제신청서를 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해 통과된 가덕신공항건설 특별법엔 기재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곧 공개될 가덕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사타)의 내용부터 면밀히 따져보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사타 결과를 꼼꼼히 검증한 뒤 예타 면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얘기다.
항공대가 맡은 사타, 곧 공개될 듯
당초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은 특별법을 논의하면서 사타와 예타를 건너뛰려고 했다. 하지만 가덕신공항의 밑그림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 사타는 꼭 필요하다는 국토부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행하게 됐다.
사타는 ▶가덕신공항 건설 관련 각종 여건 분석 및 전망 ▶수요예측 ▶시설 규모 산정 ▶시설입지 및 배치 ▶총사업비 등 추정 ▶ 대안별 세부평가 및 최적 대안에 대한 타당성 평가 등을 다룬다.
예상 수요와 사업비 정밀 검증해야
강경우 한양대 명예교수도 "기존에 사업비 추정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사타에선 어떻게 비용을 추정했으며, 수요는 이전 연구들과 어떻게 달라졌고 근거는 무엇인지 세밀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 가덕신공항을 둘러싼 예상수요와 사업비 추정은 차이가 컸다. 부산시는 자체 작성한 가덕신공항 설명자료(2021년)에서 2056년 기준으로 가덕신공항의 국제선 승객을 연간 4600만명으로 추정했다.
부산시, 정부보다 수요 2배 추정
사업비도 부·울·경에선 7조 5000억원이면 된다는 주장이다. 활주로는 한 개만 놓는다는 전제에서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가덕신공항특별법 논의 과정에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건설 규모에 따른 세 가지 시나리오별로 12조 8000억~28조 6000억원이 든다고 예상했다.
활주로 한 개짜리 공항이 12조 8000억원, 활주로 2개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모두 수용하는 시나리오는 15조 8000억원, 여기에 군 시설까지 이전하는 경우는 28조 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사타와 기존 조사 비교 분석 필요
유 교수는 그러면서 "김해신공항의 경우 여러 기관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자체 논리구조와 예측치가 매우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상당부분 바다를 매립해서 가덕신공항을 건설해야 하는 부분과 비용에 대한 검증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매립공사와 관련된 기술적 위험과 공사기간 연장 가능성도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명 한서대 교수도 "안전성, 특히 입지특성에 따른 지반 침하 가능성 등을 세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 확장 가능성, 비용도 따져야
김제철 한서대 교수는 "장차 기능 통합과 수요 증가에 따라 가덕신공항 확장이 필요한 경우 어느 정도 추가 비용이 소요될지 등도 미리 점검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칫 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이 상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사타 결과를 두고 연구진과 전문가들 사이에 격렬한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런 과정 속에서 가덕신공항의 사업성과 위험요소 등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예타 면제와 사업 추진 여부 등은 이런 절차를 충분히 거친 뒤 결정해도 결코 늦지 않다.
예타 면제는 사타 검증 뒤 결정해야
양양공항, 무안공항, 울진공항 등 연이은 지방 신공항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인수위와 정부당국이 꼭 귀 기울여 할 얘기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