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25일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업무보고에서 “감사위원이 견지해야 될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할 때 원칙적으로 현 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고 인수위 대변인실이 보도자료로 전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위원들은 “정권 이양기의 감사위원 임명 제청이 감사위원회의 운영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감사위원 임명에 대한 입장을 묻자 김경호 감사원 기획조정실장이 이런 감사원 의견을 답변했다고 한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통상 청와대가 먼저 감사위원을 낙점하면 감사원장이 그를 제청하는 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감사원이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건 임기 말 청와대가 결정한 감사위원을 제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사실상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최근 윤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은 공석인 감사위원 2명 임명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청와대는 ‘한 명씩 추천하자’고 주장했고, 윤 당선인 측은 ‘1명을 청와대가 추천하더라도 새 정부가 거부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 16일로 예정된 둘의 회동이 무산된 가장 큰 배경도 인사권을 둘러싼 줄다리기에 있었고, 감사원 감사위원이 가장 큰 쟁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의 이날 입장은 사실상 윤 당선인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원일희 인수위 대변인은 “(감사원의 이런 인수위) 보고 내용은 최재해 감사원장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말을 아끼던 평소 모습에 비춰볼 때 감사원이 이번처럼 강하게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감사원 독립성 훼손’ 논란이 있었던 문재인 정부와 여권에 대한 감사원의 불만이 누적된 것 아니냐는 정치권의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감사원의 인수위 업무보고에 대해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