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채의 세계
금융당국은 연간 50만명 이상이 불법 사채를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중앙일보 탐사팀은 불법 사채의 세계를 심층 취재했다.
◇글 싣는 순서
①불법사채 해결사가 된 전직 보이스피싱 총책
②"섬에 애들 팔아버리겠다" 벼랑 끝에 몰린 불법 사채 이용자들
③"마른오징어도 짜면 나온다" 사채업자의 세계
④이용자는 극단 선택, 업자는 호화 생활…수사관들이 전하는 실태
⑤불법사채 악순환 막으려면?
◇글 싣는 순서
①불법사채 해결사가 된 전직 보이스피싱 총책
②"섬에 애들 팔아버리겠다" 벼랑 끝에 몰린 불법 사채 이용자들
③"마른오징어도 짜면 나온다" 사채업자의 세계
④이용자는 극단 선택, 업자는 호화 생활…수사관들이 전하는 실태
⑤불법사채 악순환 막으려면?
지난해 11월 부산경찰청은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미등록 대부업체 8곳을 운영해 400억원대 불법 대부업을 한 혐의(대부업법 위반)로 40대 총책 최모씨 등 일당 46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피해자는 7900여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큰 불법 사채 피해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대출 거절된 고객 명단 입수해 활용
경찰에 따르면 명단에 적힌 다수가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었다. 명단은 전국 8개 팀으로 뿌려졌다. 검거된 이들은 “우리가 전화하면 대출이 급한 사람들은 모두 ‘고맙다’고 말했다. 돈이 급하면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커피 마시려 마스크 내렸다가 CCTV 포착
당시 수사팀은 ATM에 앞에서 모자,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인물을 조직 총책으로 파악하고 추적에 나섰다. 그러던 중 한 카페 CCTV에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잠시 내렸다가 당황하며 올리는 장면이 찍혔다. 그는 대구에서 불법 대부업을 시작해 전국적인 대규모 조직으로 키운 최모씨였다. 최씨는 서울에서 화장품 판매업 등 각종 법인을 운영하며 실제 사업가로 활동해 의심을 덜 사고 있었다.
김 팀장은 “업자 대부분이 대포폰, 대포통장을 쓰고 현금 거래를 해 수사가 어려운 만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채를 썼으니 처벌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겠지만, 이용자는 절대 처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구속기소 된 최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범죄일람표만 174쪽, 9940회 146억원 빌려줘
이들은 85만원을 빌려주기로 했다면 이자 35만원을 뺀 50만원을 빌려주고 1주일 뒤 85만원을 갚게 하는 ‘선이자’ 방식으로 범죄를 벌였다.
청소년 대상 불법 대출도 기승
최근에는 경찰과 합동으로 청소년 대상 고금리 불법 대출인 ‘대리입금’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아이돌 상품, 게임 아이템 등을 살 돈을 빌려준 뒤 이자를 받는 수법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댈입’으로 불린다. 1~30만원 소액을 빌려준 뒤 법정이자율(20%)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은 연 1000% 이자를 요구하며 청소년들을 압박하는 수법이다.
여성·청소년 협박 심해 “성관계 요구도”
정 팀장은 “불법 대부업자들에게 법정 이자 이상을 줄 필요가 없고, 협박이나 독촉 전화가 올 때는 절대 받아선 안 된다. 미등록 업체 사채는 불법이기 때문에 소송을 걸 수도 없으니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꼭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사채업자들의 불법 행위에 비해 법적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총 3187건 재판이 있었고, 이중 집행유예를 포함한 징역형은 1227(38%)건이었다. 부산청 김웅경 팀장은 "실컷 수사를 해 재판에 넘겨도 대부업법 위반으로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풀려나 다시 불법을 저지르는 업자들이 적지 않다"며 "불법 사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도록 좀 더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