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입당 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황야에 서 있던 지난해 7월 22일, 현역 국민의힘 의원의 첫 공개 지지가 나왔다. 강원 속초ㆍ인제ㆍ고성ㆍ양양을 지역구로 둔 재선 이양수 의원이었다. 당시 윤 당선인은 이른바 ‘주 120시간’‘불량식품’ 발언 등 잇단 실언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X파일 논란 등 진보진영은 그를 향한 견제구를 뿌려댔다. 한발 앞서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 의원이 그의 라이벌로 떠오른 것도 이 때다. 한 달 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일으켰던 ‘윤석열 바람’이 자칫 위태로워 질 수도 있었다.
이때 나온 이 의원의 공개 선언은 작지 않은 파동을 일으켰다. ‘당내 주자 자강론’을 펴던 이준석 대표의 경고에도, 현역 국민의힘 의원들의 윤석열 지지 선언이 봇물 터지듯했다. 닷새 후엔 이 의원을 비롯해 권성동ㆍ장제원ㆍ윤한홍 의원 등 41명이 윤 당선인 입당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의 공개 지지가 있은 지 9일만인 7월 31일,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일면식도 없던 尹ㆍ李…맥주 회동하며 ‘깐부’로 부상
이 의원의 지지 선언 직후부터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당일 저녁 윤 당선인은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했다. 닷새 후엔 권성동 의원의 주선으로 셋이서 맥주 회동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제가 26년 정치하면서 느낀 게, 누구든 청와대에 들어가면 제왕적 대통령이 되더라. 절대 들어가지 마시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도 이에 공감하며 자신의 향후 구상을 이 의원에게 장시간 설명했다고 한다.
맥주 회동 이후부터 윤 당선인은 기회가 될 때마다 이 의원에게 핵심 보직을 제안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당장 경선 캠프 후보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 다만 경선 캠프엔 비서실을 두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이 의원은 강원도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5일 윤 당선인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날엔, 본선 캠프 수석대변인 역할이 이 의원에게 부여됐다. 이 의원은 “다른 훌륭한 분이 많다”며 결정을 유보했지만, 윤 당선인은 3일 후 다시 이 의원에게 “날 안 도와주면 어떡하냐”고 요청했다. 이 의원이 ‘윤석열의 입’이 된 건 이때부터였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재임 시절에도 매일 대검 대변인과 수시로 독대하는 등 공보 기능을 중시했다. 그래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을 수석대변인에 앉힌 것이란 평가가 당내에서 나왔다.
얼마 후 후보 비서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장제원 의원이 이른바 윤핵관 논란으로 잠시 캠프에서 떠났을 때도 이 의원은 비서실장 1순위로 거론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수석대변인인 이 의원이 비서실장으로 옮겨가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이 의원이 ‘회전문 인사로 비칠 수 있다’며 완곡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비서실장은 서일준 의원(현 인수위 행정실장)이 맡았다.
윤 당선인은 당선 직후인 지난 10일에도 이 의원에게 직접 인수위 핵심 보직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의원은 “여러 군데서 좋은 인재를 널리 등용해야 한다”며 “저는 물러나 당에 남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이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 캠프 해단식을 하는 등 윤 당선인과 인수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의원은 “윤 당선인이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던 날, 연단에 오르기 직전 제 어깨를 툭 치며 ‘정말 수고했어. 고마워, 이 의원’이라고 말했다”며 “그 말 한마디로 제가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지금 인수위 근처라도 가면, 괜히 ‘비선’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지금은 국회의원 역할만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원내수석, 내각 해수부 장관 하마평
당내에선 다음 달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원내수석부대표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새 정부 내각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로도 물망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