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원 세례는 최근 다수 이재명계 의원들이 공통으로 겪는 일이다. 대선 때 이 전 지사의 수행 실장을 맡았던 한준호 의원의 후원금 계좌에는 지난 1주간 이 같은 소액 후원 500여 건이 몰렸다. 이 전 지사의 중앙대 후배인 김남국 의원에게는 20·30세대란 의미가 실린 ‘20300’원 후원금이 줄이었다고 한다. 이재명 캠프에서 ‘젠더’ 이슈를 담당했던 권인숙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 “선거일 이후 일주일 동안 보내주신 (소액) 후원금이 20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며 액수를 공개했다.
2030 여성 팬덤 “당 분열” 우려에 후원금 세례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대선 막판 이 전 지사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 2030 여성들 사이에 대선 패배 이후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정서가 퍼지면서 팬덤이 강화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대선 패배 후 개설된 이 전 지사의 공식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엔 23일 현재 14만여 명의 가입자가 몰렸고 일부 여성 지지자들은 온라인 상에서 자신들을 ‘개딸(성격이 드센 딸)’로, 이 전 지사를 ‘재명 아빠’로 부르며 친근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 지사에게 “개딸 고마워!” 등 SNS 회신을 받았다는 여초 커뮤니티 회원들의 인증샷과 글이 잇따르고 있다.
“극성 문파 행태 그대로 답습”
실제 이재명 지지자들은 최근 민주당 의원들에게 ‘검찰 개혁 찬성’ 서약을 요구하는 압박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초 문재인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검찰개혁 서약서를 받아냈던 ‘파란장미시민행동’의 데자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서약 참여를 거부하자, 곧바로 나를 내부의 적인 것처럼 몰아세우더라”며 “1004원은커녕 ‘18원’ 세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여초 커뮤니티 중 하나인 ‘여성시대’ 카페엔 최근 “남자 아이돌 덕질보다 이재명 덕질이 재밌다. (아이돌) 소속사가 잘못할 땐 팩스 총공세를 벌여도 말을 듣지 않지만, 일주일만에 10만명 당원 가입하고 문자 총 공세하니 민주당이 벌벌 떤다. 소속사보다 다루기 쉽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파’나 ‘친조국’ 극성 지지자들이 보인 공격적 성향이 이 전 지사 지지자들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지층이 두터워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이들의 압박에 당의 쇄신이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고 지적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디 팬덤이란 것은 극성 지지층을 말하지 않나”며 “이들의 배타성이 크다 보니 목소리가 과대 대표되는 측면이 있다. 팬덤에 편승했다간 오히려 민심과는 거꾸로 갈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