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두차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집무실을) 이동해도 좋은데, 기능적으로 그것(안보 관리)이 지속가능하고 연속될 수 있는 방법이 뭐냐”며 “현재 상태로 그렇게(이전을) 하면 (위기관리 시스템의) 단절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은 “5월 9일 자정까지, 밤 12시까지 문 대통령의 임기이고 군 통수권자로서 그(현재의) 시스템으로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윤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 장소로 지목한 국방부와 합참을 비롯해 청와대를 중심으로 구축된 기존의 안보 관리 시스템을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5월 9일 자정 뒤) 1초 후엔 윤석열 후임 대통령이 그 시스템을 가지고 일을 하셔야 된다”며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용산으로) 바로 옮길 것인가, 그 시스템을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걱정이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박 수석은 오후에도 추가로 세번의 방송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청와대의 공식 스피커인 박 수석이 하루 다섯 차례 개별 인터뷰에 응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용산 이전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총대를 메고 여론전을 펼쳐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일할 수 있게 도와달라”며 맞섰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국민께서 정권 교체를 명하신 것도 이제 제대로 일하란 국민의 엄중한 바람임을 잘 안다”며 “저희는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 이전을 막을 경우 윤 당선인은 청와대 입성을 거부하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대통령 집무를 시작한다는 의미다. 새 정부가 일종의 ‘임시 청와대’에서 출범할 경우 업무차질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통의동 사무실을 쓰게될 기간은 최소 두달가량이 예상된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의 통의동 출근 기간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대통령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 봐야 한다”면서도 “이제까지 (이전 기간에 대해)준용했던 건 한 두달이었기 때문에 그 준용 원칙에서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윤 당선인은 최소 두달여 서초동 자택에서 출ㆍ퇴근 하게될 가능성이 있다. 김 대변인은 장거리 출ㆍ퇴근에 따른 교통통제 등과 관련 “국민 한 분이라도 불편하다는 느낌을 가지시지 않도록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러한 입장이 ‘(문 대통령이)5월 10일 전에 방을 빼라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저희는 무서운 세입자가 아니다”라며 “주무시는 분을 어떻게 나가라고 하느냐”고 답했다. 그러면서 “10일 0시라는 건 그날부로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군통수권자이자 행정각부 통할자로서의 공식 업무를 시작하는 상징성을 갖고 책임감을 갖고 국민과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편 양측은 청와대 이전 문제에 대한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를 놓고도 이견을 드러냈다.
박 수석은 “윤 당선인도 (20일) 용산 이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집무실 이전에 대해서) 현 정부와 협의한 바가 없지만, 앞으로 협의해가겠다고 했다”며 “용산으로 이전하신다는 계획에 대해 청와대가 인수위로부터 정확하게 들은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대변인은 “각 부처에 계신 분들과 사전 조율을 했다”며 “청와대가 원하시는 뜻이 무엇인지는 별도로 전달해주신다면 잘 숙의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이전을 놓고 ‘신구(新舊) 권력’의 전면전이 펼쳐지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관련 협상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 양측은 당초 지난 16일 오찬 회동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회동은 공지됐던 시간을 불과 4시간 앞두고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