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 (2022년 3월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의도된 레토릭일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사용한 ‘신발 속 돌멩이’란 표현을 두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사용한 비유를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21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는 글을 남겼다. 간담회 현장에선 기업의 해외 진출 규제를 두고 “모래주머니를 달고 메달 따오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말도 했다.
당선인 측 관계자들은 “규제 개혁에 관한 좋은 표현을 고민하다 사용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곧 퇴원(24일께 예정)을 앞둔 박 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들을 제기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싶다”는 말을 수차례 해왔기 때문이다.
비유를 가장 즐겨 사용한 건 박 전 대통령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심지어 임기 4년 차였던 2016년 2월 박 전 대통령의 어록을 담은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나요』를 출간했다. 경제활성화법 처리 지연을 ‘불어터진 국수’로 비유하거나 ‘창가문답(창조경제의 가시화는 문화에 답이 있다)’는 표현 등이 포함됐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지며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상징으로 대불공단의 ‘전봇대’를 언급한 것도 정치권에선 유명한 일화다.
2018년 문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강조하며 “19세기 말 영국에서 자동차 속도를 마차 속도에 맞추려고 자동차 앞에서 사람이 붉은 깃발을 흔들었다”며 사용한 ‘붉은 깃발’의 비유도 마찬가지였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이듬해 국회의 '타다금지법' 통과와 관련해 “해외 토픽감이다. 지금이 2019년이 맞기는 하는가. 150년 전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다를 것 없다”며 문 대통령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해 되돌려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발 속 돌멩이가 빠지듯 규제개혁이 이뤄지려면 말뿐만 아니라 실천이 함께해야 한다”며 “윤 당선인과 국회의 협치가 결국 핵심 아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