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용산 이전 충돌, 문·윤 당장 만나 풀어야

중앙일보

입력 2022.03.22 00:1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당선인 취임 전 집무실 이전 계획은 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북 도발 등 현안 산더미인데 대립

신구 권력 사사건건 싸우면 국민만 불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에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청와대는 어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장관회의를 열고 차기 정부 출범까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처 등을 이전하는 계획은 무리라고 밝혔다.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군 통수권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라고 해 문재인 대통령이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청와대 측에선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 곁으로 청와대가 더 가겠다는 당선인 의지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도 청와대 회동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다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촉박한 이전 결정에 보수 쪽에서도 우려가 나옴을 의식한 때문인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윤 당선인이 용산 이전을 공식화한 만큼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안은 협의하며 보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관련 예비비의 국무회의 상정도 어렵다고 나섰다. 청와대 이전을 놓고 신구 권력이 정면 대립하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한 차례 회동이 무산된 이후 양측은 어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청와대 회동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겠다고 했다. 그래서 조만간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등에 더해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대립이라는 더 큰 걸림돌이 생겼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감정 싸움으로 치달을 게 아니라 회동이 늦어진 만큼 조속히 만나 집무실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문 대통령이 뒷다리를 잡을 일도 아니고, 윤 당선인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일도 아니다. 양측이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조율하며 최선의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정권 교체기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에서 다뤄야 할 의제는 집무실 이전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경험을 쌓은 문 대통령과 새롭게 정부를 출범하는 윤 당선인이 국가의 미래를 놓고 진솔한 얘기를 나누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수십 차례 대책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과 교훈도 윤 당선인과 공유해야 한다. 이미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선 매물 잠김이 생기고 일부에선 폭락 우려가 나오는 등 집값 위기는 진행형이다. 청와대가 밝힌 대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 윤 당선인과 공유해야 할 외교·안보 현안도 산더미다. 대선에서 드러난 대립을 넘어 통합으로 가려면 양측은 협치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새 정부와 180석 야권이 싸움만 했다가는 국민만 불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