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북 도발 등 현안 산더미인데 대립
신구 권력 사사건건 싸우면 국민만 불안
청와대 측에선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 곁으로 청와대가 더 가겠다는 당선인 의지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도 청와대 회동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다가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촉박한 이전 결정에 보수 쪽에서도 우려가 나옴을 의식한 때문인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윤 당선인이 용산 이전을 공식화한 만큼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안은 협의하며 보완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관련 예비비의 국무회의 상정도 어렵다고 나섰다. 청와대 이전을 놓고 신구 권력이 정면 대립하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한 차례 회동이 무산된 이후 양측은 어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청와대 회동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겠다고 했다. 그래서 조만간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임기 말 인사권 행사 등에 더해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대립이라는 더 큰 걸림돌이 생겼다.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감정 싸움으로 치달을 게 아니라 회동이 늦어진 만큼 조속히 만나 집무실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문 대통령이 뒷다리를 잡을 일도 아니고, 윤 당선인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일 일도 아니다. 양측이 집무실 이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조율하며 최선의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정권 교체기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에서 다뤄야 할 의제는 집무실 이전보다 중요한 것이 많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경험을 쌓은 문 대통령과 새롭게 정부를 출범하는 윤 당선인이 국가의 미래를 놓고 진솔한 얘기를 나누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수십 차례 대책에도 성과를 내지 못한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과 교훈도 윤 당선인과 공유해야 한다. 이미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선 매물 잠김이 생기고 일부에선 폭락 우려가 나오는 등 집값 위기는 진행형이다. 청와대가 밝힌 대로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 윤 당선인과 공유해야 할 외교·안보 현안도 산더미다. 대선에서 드러난 대립을 넘어 통합으로 가려면 양측은 협치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새 정부와 180석 야권이 싸움만 했다가는 국민만 불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