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송 PD’의 꿈에서 시작된 다양한 경험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대우씨는 2017년 군 전역 후 3학년이 끝날 무렵 SBS *스브스뉴스 인턴에 합격했어요. 휴학 후 평일엔 스브스뉴스 일, 주말엔 메리홀 기술조교 일을 병행했죠. 기존 *레거시미디어 구성원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멤버로 구성된 스브스팀은 뉴미디어답게 새롭고 재치 넘치는 콘텐트를 잇따라 터트렸어요. 이른바 ‘엄근진(엄격·근엄·진지를 줄인 신조어)’했던 언론지형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죠. 대우씨는 그곳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레거시미디어의 한계도 현장에서 체험했습니다.
그러자 ‘굳이 방송국에 입사할 필요가 있을까? 방송국에 입사해도 특별한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죠.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 나만의 영상 콘텐트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메리홀의 기술조교 친구들을 모아 영상크루 ‘예술집단 보름’이라는 이름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시작했죠. 이것이 ‘널위문’의 전신이 됐어요.
‘뮤비’ 만들다 전시회·작가 다루게 된 계기
“그때까지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요. ‘엑싯’이라는 단어조차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면서도 제가 하려는 일이 반드시 잘될 거라는 근거를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강 대표님 입장에서는 생뚱맞고 어이없으셨을 것 같아요.”
4학년 복학과 동시에 대우씨는 메디아티에서 4개월간 박상현·이성규 이사로부터 경영 전반과 해외 트렌드에 대해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널위문’은 ‘페이스북 엑소더스’에도 불구하고 소위 ‘빵빵 터지는’ 콘텐트를 만들었어요. ‘좋아요’ 1000개, 1만 개는 순식간에 찍었고 내용에 대한 반응도 좋았죠.
“제가 창업을 선언하니까 22명이나 되던 크루 중 3명만 남았어요. 그때부터는 콘텐트 기획부터 제작까지 제가 담당했고, 나머지 2명은 섭외나 자료 찾기를 맡아줬습니다. 2017~2018년은 탄핵정국이어서 내용 역시 지금과는 사뭇 달랐어요. 주로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나 연극계 성폭력, 음원 수익 구조, 대학로 젠트리피케이션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다뤘죠. 문화예술계 ‘닷페이스’를 지향했다고 할까요.”
지표를 통해 문화예술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것만으로는 돈을 벌지 못했어요. 메디아티 경영수업 때 수없이 생각했던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가’를 고민 또 고민했죠. 그러면서 다양한 실험을 했습니다. 책이나 연극을 소개하는 지식 콘텐트를 다루다가 작가(미술)를 소개하기 시작했죠. 2017년 12월~2018년 4월 국내 최초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이 열렸는데, 자코메티를 다룬 3분짜리 널위문 영상이 말 그대로 대박이 터졌어요. 유튜브 조회 수 7만 회(페이스북 2.5만 회, 평균 시청시간 비율 43%)를 기록했고 사람들의 몰입도를 보여주는 시청 지속시간 역시 다른 콘텐트의 2배를 넘어섰죠. 문화예술 중에서도 미술 분야에 대한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고 느껴 미술 콘텐트를 늘렸어요. 자신감이 붙었고, 함께해준 동료들을 붙잡기 위해 2018년 4월 메디아티로부터 투자심사를 받았습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거듭 ‘돈을 어떻게 벌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답해 내내 혹독하게 까였어요. 다만 향후 규모가 커질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히 있고 지표를 보여주며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는 점을 집중 어필했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할 건데 지금은 당장 돈이 필요하다’며 거의 울듯이 호소했던 것 같아요.”
“바퀴를 바꾸자” 콘텐트로 돈 벌어본 팀원 영입
“우리의 수레가 잘못된 게 아니라 바퀴가 작아서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지금은 수레바퀴를 갈아야 하는 시기다. 바퀴가 커져서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언제든 다시 탈 수 있지 않겠는가.”
합의 하에 팀원 2명이 권고사직을 했죠. 사업을 살리려면 어떤 사람들이 필요할까 고민하면서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첫 번째는 홍익대 대학원생이면서 예술경영 분야 인플루언서였던 이지현씨(현재 COO), 그다음은 대학생이면서 뮤지컬 관련 유튜브 채널 ‘뮤슨트’를 운영하던 크리에이터 이정우씨(현재 에디터). 인터뷰로 인연을 맺었던 그들을 만나 ‘널위문’의 비전을 설명하고 ‘당신들이 필요하다’며 합류를 제안했죠. 한 달 치 월급밖에 안 남았고 이 자리에서 결정해달라며 다소 무리한 부탁을 했지만 둘 다 바로 수락했어요. 신기하게도 두 사람이 합류한 다음 달부터 흑자가 나며 스타트업은 인재 싸움이라는 말을 실감한 대우씨.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2020~2021년엔 오히려 드라마틱한 성장을 꿈꿨죠.
“애초에 저희가 지향했던 가치는 예술을 쉽고 친절하게 전달하는 겁니다. 2021년에는 NFT(대체불가능토큰)나 아트테크 같은 용어들이 뜨면서 미술시장이 커졌어요. 특히 2030세대의 관심이 높아졌고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역할을 제대로 하면 유저들이 단기적 투자자가 아닌 장기적으로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보고 방향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 취향은 공연이나 음악 쪽이지만 사업을 해보니 원하는 걸 다 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지표를 측정했을 때 유저들은 미술·디자인·건축·문학 등에 관심이 높았어요.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유저 데이터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고 소비자들이 정보나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대우씨는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죠.
“해보기 전엔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제 학창시절을 이끈 건 경험 또 경험이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방법을 찾았어요. 덕분에 밴드, 무대 설치, 연극, 영상 및 콘텐트 제작에 이르기까지 한 문장 한 키워드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돌이켜볼 때 낭비로 느껴지는 순간은 없어요. 그 경험들이 현재 내 생각과 행동의 밑바탕이 되고 나를 형성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스브스뉴스: SBS디지털뉴스랩에서 담당하는 뉴미디어 브랜드로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 SNS에 카드뉴스와 영상을 올렸다.
*레거시미디어(legacy media):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견주어 쓰이는 용어로 기존 우위를 점했던 대중 매체를 말한다. 신문·잡지 등 인쇄 매체나 지상파 방송, 케이블TV 등 전통 미디어(Traditional media)를 생각하면 된다.
*엑싯(Exit): 스타트업이 그동안의 노력과 투자를 자본 회수를 통해 보상받는 것. 상장·M&A 등 방식과 형태는 다르지만 지분을 팔아 경제적인 보상을 얻는다. 이때 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팖으로써 경영권을 일부 포기하게 된다.
*상장(IPO): 기업의 주식을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주식 및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쉽게 조달받을 수 있다는 점, 기업 브랜딩 상승(우량기업 이미지, 잦은 노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레거시미디어(legacy media): 웹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견주어 쓰이는 용어로 기존 우위를 점했던 대중 매체를 말한다. 신문·잡지 등 인쇄 매체나 지상파 방송, 케이블TV 등 전통 미디어(Traditional media)를 생각하면 된다.
*엑싯(Exit): 스타트업이 그동안의 노력과 투자를 자본 회수를 통해 보상받는 것. 상장·M&A 등 방식과 형태는 다르지만 지분을 팔아 경제적인 보상을 얻는다. 이때 대표는 자신의 지분을 팖으로써 경영권을 일부 포기하게 된다.
*상장(IPO): 기업의 주식을 거래소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주식 및 채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쉽게 조달받을 수 있다는 점, 기업 브랜딩 상승(우량기업 이미지, 잦은 노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