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위해 50일간 연쇄 이전하기로
정권 초 안보 공백, 세금 낭비 없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내려와 시민과 만나는 행위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일하는 대통령제 국가, 또 나중에 헌법이 바뀌어서 총리가 역할을 대신한다 하더라도 결국은 국가의 최고의사 결정을 하는 그 정치인이 일하는 모습을 국민이 언제든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또 그렇게 노출돼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훨씬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약으로 제시했던 광화문 이전에 대해선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시민들에겐 재앙”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소통을 위해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들이 집무실 이전 의사를 피력했을 정도로 지금의 청와대는 비정상적으로 권위주의적 공간이다. 대통령이 국민과는 물론이고 참모들과도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임기 시작이 50일 남은 시점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인정했듯, 여전히 서두를 일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무정부 상태로까지 여겨지는 코로나19 위기와 불안정한 경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이 혼재한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우선순위가 집무실 이전이어야 했느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국방부 청사 인력의 이동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그러나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집권 첫날 이전’을 결정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50여 일간 청와대의 국방부 청사 이전과 국방부의 인근 합동참모본부로의 이전이 이뤄져야 해 대단히 혼잡할 수 있다. 국방부에선 “24시간 20일 돌려야 이사가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자칫 실수가 있으면 새 정부의 동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안보 대비 태세에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전비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은 예비비 496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한 푼의 세금도 허투루 써선 곤란하다.
무엇보다 소통을 위해 용산으로 간다지만, 용산으로 간다고 저절로 소통되는 건 아니란 걸 명심해야 한다. 윤 당선인은 어제 기자들 앞에서 직접 발표했고, 45분간 20여 개의 질문을 받았다. “풍수지리나 무속 논란도 있다”는 불편한 질문도 포함됐다. 어제처럼 늘 소통하겠다는 자세를 유지해야 국민도 용산 대통령 시대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