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의장도 빅 스텝의 여지를 남겼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게 적절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Fed가 공개한 점도표(dot-plot)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이 예상한 올해 말 기준금리는 연 1.9%(중윗값)다. 올해 예정된 6차례 회의마다 금리를 계속 올리고, 최소 한 번 정도는 빅 스텝으로 움직여야 예상치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다. 빅 스텝을 위한 정지작업을 해놓은 셈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올해 연말까지는 기준금리를 3%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불러드 총재의 주장대로라면 현 수준(연 0.25~0.5%)에서 3%대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려면 올해 남은 6번의 회의 중 적어도 5번은 빅 스텝을 해야 한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15~16일 FOMC 회의에서 9명의 위원 중 유일하게 0.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소수의견을 냈다.
‘빅 스텝’ 주장에 동조하는 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후반과 내년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기 위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겼으면 한다”며 “이는 한 차례, 혹은 여러 차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3월 FOMC 점도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긴축의 가속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건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7.9% 급등하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7%)과 1월(7.5%)에 이어 3개월 연속 7%를 웃돌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 중이다. 같은 달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수인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전보다 10%나 뛰었다.
빌 그로스 미국 ‘채권왕’ “금리 2.5~3% 땐 경제 금갈 것. 시장이 낮은 금리 적응했기 때문에 높은 금리는 주택 시장 망가뜨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의 공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는 것이 최근 급격하게 줄어드는 장단기 금리 차다.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는 지난해 3월 31일 1.58%까지 벌어진 뒤, 점차 줄면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장 마감 기준 0.17%포인트로 2020년 3월 9일(0.16%포인트) 이후 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단기물 금리는 통화정책에 바로 영향을 받는다. 반면 장기물 금리는 물가와 경기 전망 등이 반영되는 만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성장 악화에 대한 우려로 장기물 금리가 떨어지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뒤 1~2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던 역사적 사례 등이 있는 만큼 시장이 이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그래서 Fed가 ‘금리 인상 시간표’를 지키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드류 매투스 메트라이프투자매니지먼트 수석시장전략가는 “공급망 병목현상과 에너지 가격(상승)과 같이 Fed의 통화정책과 관련 없는 요소들이 많은 탓에 실제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Fed가 시사한 대로 금리를 올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