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당선인은 이날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열린 45분간의 기자회견에서 “청와대는 임기 시작인 5월 10일에 개방해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하여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윤 당선인을 포함한 ‘윤석열 정부’의 청와대 근무 인원은 임기 시작인 5월 10일 첫 출근을 용산 국방부 신청사로 하게 된다. 신청사에서 근무하던 국방부 관계자들은 인근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 구청사로 이동한다. 합참 인력은 중장기 계획을 세워 남태령(서울-과천)에 위치한 수도방위사령부로 이전하게 된다. 당선인 측이 추산한 예산은 대통령실과 기존 입주기관 이전 및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을 포함해 약 496억원이다. 윤 당선인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관저로 사용할 예정이다.
국민들과 분리돼 ‘구중궁궐’로 불려온 청와대의 이전 이슈는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반복돼 온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지만 경호 문제와 대체지 선정의 어려움 등으로 매번 무산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취임 이후에도 계속 추진했지만 결국 2019년 1월 이전 포기를 선언했다. 이런 측면에서 윤 당선인이 대선이 끝난 지 단 두 달 만에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첫 출근을 새 집무실로 하겠다고 밝힌 건 사상 초유의 정치실험이다.
윤 당선인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이날 회견에 담긴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읽어낼 수 있다. 회견문과 질의응답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소통과 ‘공간’ 그리고 ‘결단’이란 키워드다.
청와대 이전 업무를 맡아왔던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들은 윤 당선인이 새 집무실을 용산으로 택한 첫 번째 이유로 ‘국민과의 소통’을 꼽았다. 이날 기자회견문에만 ‘소통’이란 단어가 7번 등장했다. 질의응답까지 더하면 10번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그 소통의 핵심은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조성될 ‘용산 공원’이다. 윤 당선인은 “올해 6월부터 순차적으로 주변 미군기지 반환이 예정되어 있어 신속하게 용산 공원을 조성하여 국민들과의 교감과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개혁TF 단장을 맡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용산으로 이전할 경우 광화문과 달리 시민과 대통령이 함께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 수 있다”며 “당선인이 용산을 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미국 백악관같이 시민들이 대통령의 집무실을 바라보며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 자체가 소통의 일환”이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새 대통령 집무실 조감도를 공개하고 직접 ‘용산 공원’ 구상을 자세히 브리핑했다. 윤 당선인은 “백악관과 같이 최소 범위에서만 펜스를 설치하고, 잔디밭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서울에는 없었던 50만평의 공원을 시민들께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간’의 문제는 일하는 방식과 연결된다는 게 윤 당선인의 생각이다. 그는 회견에서 “현재의 공간 구조로는 국가의 난제와 그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대선때 캠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난제는 전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일하는 새로운 방식의 대응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며 “청와대 이전 공약도 결국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위해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새 집무실에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민관 합동위원회’를 설치하겠단 계획도 함께 내놨다.
윤 당선인이 인수위 출범 이틀 만에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용산 이전을 밝힌 것도 “이런 논란에 대해 스스로 종지부를 찍으려고 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최진 대통령리더쉽 연구원장은 “윤 당선인이 현재 가진 정치적 자산 상당 부분을 투여해 정면 승부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