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 위해 총 496억원의 예비비를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무실 주변에 조성할 대규모 공원, 외국 국빈 행사를 위한 영빈관 건립 비용 등은 포함하지 않은 돈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을 옮기는 데 기정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권한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 측은 예비비만으로 이전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비비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지출할 수 있다. 당장 사용한 예비비는 내년에 차기 국회의 사후 승인을 받으면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다.
절차는 “사전 협의 돼 있다”…예산은 물음표
인수위에 따르면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데에는 ▶비서실 이전·리모델링과 집기 구매 비용 약 252억원 ▶경호처 이사 비용 99억9700만원 ▶대통령 공관 리모델링 비용 25억원 ▶기존 국방부 이사 비용 118억3500만원 등이 필요하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재부하고 협의해서 법적인 범위 안에서 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이날 발표한 496억원의 예산에는 집무실 이전으로 추후 발생할 추가 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약 50만평 규모의 ‘국립 용산공원’을 조성하는 비용과 미군 반환 부지에 건립을 검토하는 새 관저·영빈관 건설 비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공원은 기존 조성 사업과 연계할 예정이며 영빈관은 국방컨벤션센터 활용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8일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추후에 보완할 걸 빼놓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잡아도 1조1000억원 정도 든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의 추산은 2003년 국방부 신청사 건립과 2012년 합동참모본부 단독청사 건립 당시 비용 자료 등을 토대로 추산한 것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면 국방부 직할 부대와 합참 본청 이전이 불가피함을 전제했다.
구체적으로 국방부 본청(2200억원)·합참 본청(2200억원)·국방부 근무지원단(1400억원) 등을 이전하고, 청와대 경호부대와 경비시설 이전(2000억원), 직원 숙소 건설(2000억원)을 위해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게 김 의원의 추산이다. 다만 이날 윤 당선인 발표대로라면 국방부는 바로 옆의 합참 청사로 옮기고, 합참만 서울 남태령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실제 필요 예산에는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이날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특히 용산 집무실과 한남동 관저, 현 청와대 영빈관까지 몽땅 사용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대로라면 경호·경비에 따른 예산 투입도 지금의 2∼3배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이배 민주당 비대위원은 “인수위법에 따르면 집무실 이전은 인수위의 업무가 아니다”라며 “이전 비용도 올해 예산이 없는데, 취임 후 추경을 하면 모를까 다른 예산을 사용하면 불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