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2주차 송모(32)씨가 ‘랜선 언니’ A씨(35)에게서 받은 SNS 메시지다. 송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뒤 출산 때 자신을 받아줄 병원이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에 휩싸이자 인터넷에 도움을 요청했다. ‘확진 임신부’ 경험자를 찾아 나선 것이다. 송씨는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건소 연락은 잘 되지도 않고 답답한 마음에 경험자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아이를 길이나 구급차에서 낳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너무 불안하다”고 초조해했다.
애타는 확진 임신부…“이래놓고 임신 장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확진 임신부를 위한 분만 병상은 지난 7일 기준 27개 의료기관 내 160개가 있다. 정부는 병상 수를 252개까지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코로나19확산세에 따라 늘어난 확진 임신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최근 확진된 34주차 임신부 조모씨는 “확진 임신부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이들이 거리가 먼 지방이나 구급차에서 분만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눈앞이 캄캄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 내내 다녔던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조씨는 “지역 내 확진 산모 전용 분만실은 딱 하나라 병실이 차면 지방으로 가야 한다”며 “코로나19 사태가 2년을 넘어가는데 체계가 아직 잡히지 않은 걸 보면 임신을 독려하는 저출산 국가 맞나 싶다. 막상 임신부에 대한 대책은 없고 너무 무책임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인터넷·SNS가 생존 전략?
당황스러운 상황을 보다 먼저 접했던 선배 임신부들의 조언 글도 넘쳐난다. 지역 내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산부인과나 지자체 정책 등 유익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식이다. 관련 글을 맘 카페에 올린 한 확진 임신부는 “누군가에게 중요한 정보이길 바랐다”고 적었다.
“울면서 전화…대책 마련 시급”
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영철 하남시의사회 회장(하남제일산부인과 원장)은 “요즘은 임신도 어렵고 산모 연령대도 높아 확진 임신부들의 모든 사연이 애틋하다. ‘제발 도와달라’고 우는 분도 있다”며 “서울시나 경기도 남양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확진된 임신부와 태아를 같이 살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최근 확진 임신부 분만 가산 수가를 300% 적용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일반 산모들이 확진자를 꺼리기 때문에 그 정도로 확진 임신부를 받을 일반 산부인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