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요.
아무도 몰라주면 어때. 아무도 안 다쳤으면 됐지.
'기상청 사람들'은 국내 최초로 기상청을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다. 선영 작가가 2년간 기상청으로 출퇴근하며 대본을 썼다. 드라마 속 인물의 모델이 된 기상청 예보관들에게 실제와 비슷한 드라마 속 장면을 들어봤다.
#1. 6급 예보관 "분명 비 옵니다"
실제 기상청 예보관들은 선배들과 다른 의견을 내는 회의 장면이 가장 실제와 비슷하다고 했다. 기상청 직원 1300여명은 대부분 기상학이나 대기과학을 공부했다. 석·박사 비율이 높고, 공무원 시험엔 지구과학 과목이 있다. 한상은 예보분석관은 "예보 토의 땐 모두가 자신을 과학자라고 생각한다. 근거가 있다면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박정민 통보관도 "기상청에서 각자 맡은 분야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계급장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2. 집이 어색한 베테랑 예보관
실제 기상청 직원들은 집에 들어가는 날이 비교적 적다고 한다. 전국 7개 지방청, 2개 지청, 6개 기상대를 옮겨 다니는 순환근무제 탓이다. 특히 예보나 실황 감시를 맡으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해 장거리 출퇴근이 어렵다. 한상은 예보분석관은 "최근엔 많이 좋아졌지만 실제 아이 출산이나 입학·졸업식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희아 예보관도 "드라마에서 '과장님은 결혼하지 마세요'라는 조언에 공감했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3. 캠핑 데이트에 하늘만 봤다
실제 사내 연애 후 결혼한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이 장면을 '기상청 커플'의 일상이라고 말했다. 우 예보분석관은 "나도 결혼 전 아내와 만날 때마다 날씨 얘기를 꺼냈다"고 했다. 사내 커플이 아닌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박정민 사무관은 "과거 친구들과 놀러 가선 하늘의 구름 모양을 설명하다가 질타를 받은 적이 있다. 우리한텐 날씨가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4. 오존 주의보에 쏟아진 항의 전화
실제 기상 특보가 나간 날 기상청엔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 풍랑주의보로 인해 출항할 수 없는 어민이나 예상치 못한 비가 와 피해를 본 농민이다. 중요한 날을 맞은 일반 시민도 마찬가지다. 김희아 예보관은 "과거 항의 전화로 심한 말을 들었던 때가 생각나 울컥했다. 물론 우리 특보가 일상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고 했다.
#5. 태풍 예보는 "틀리길 기도"
지난해 태풍 찬투는 미국·일본 기상청보다 우리 기상청의 예보가 잘 맞았다. 실제 피해도 작았다. 한상은 예보분석관은 "태풍 대비시설이 잘 갖춰졌고 시민 의식도 높아져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예보가 잘 맞고 피해가 작아지는 게 기상청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다"라고 했다.
가끔은 예보가 틀리길 바랄 때도 있다. 김성묵 재해기상대응팀장은 "이번 산불처럼 아무리 조심하라고 예보해도 피해가 발생한다. 폭우나 강한 태풍을 예보할 때는 차라리 우리가 틀리길 기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