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상황은 애매하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국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채권 이자 상환을 위해 외화 계정이 있는 미국 은행으로 달러화를 송금했고, 해당 은행이 미 해외자산관리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 이자 지급 관련 업무는 미국 씨티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이어 “최종적으로 (채무 상환) 의무 이행 여부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 당국에 달려 있다”며 “우리는 (빚을 갚을) 돈도 갖고 있고, 실제로 지불했기 때문에 공은 미국 측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자 지급을 거부하면 채권자가 돈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전에 발행한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재무부가 발행한 외화 국채에 대한 이자에 대해서는 오는 5월 25일까지 ‘예외 기간’ 동안 거래를 허용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미 재무부의 ‘특별 승인’을 받아야만 러시아 정부와 기관이 지급하는 채권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이자를 갚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채무 상환을 위한 송금을 시도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각각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인용해 해당 국가의 영업 마감 시간까지 채권자가 돈을 받은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이날 이자 상환을 하고 국가부도 위기를 피했더라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오는 21일(6500만 달러)과 28일(1억200만 달러), 31일(4억4700만 달러)과 다음 달 4일(21억2900만 달러)까지 갚아야 할 돈이 대기 중이다. 미국 재무부의 ‘예외 기간’이 끝나는 5월 25일 이후 갚아야 할 달러 채권 원금과 이자도 총 17억8800만 달러(약 2조17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