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춘 채 자사고(동훈고)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과 그 학교에 사회적 배려대상자로 들어온 학생 한지우(김동휘)가 펼치는 이야기다. 최민식의 2년여 만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탈북’ ‘수학’ 등 소재는 예민하고 딱딱하지만, 분위기는 잔잔하고 따뜻하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사교육을 못 받아 수학을 포기할 지경에 이른 한지우가 이학성으로부터 “정답보다 중요한 건 답을 찾는 과정” “포기하는 대신 내일 아침 다시 풀어봐야겠다고 하는 게 수학적 용기” 등 가르침을 받는 과정을 위로와 힐링에 초점을 맞춰 그렸다. ‘착한’ 영화의 전형적 흐름이다. 박 감독도 “반듯한 영화”라고 자평했다. “반듯함과 예쁨·친절은 무례함·위선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개봉 이후 세 차례 영화관에 가서 관객과 함께 영화를 봤다”는 박 감독은 “파이송 연주 장면 등에서 관객과 공명이 일어나는 느낌을 받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파이송은 원주율(π) ‘3.141592…’를 1은 도, 2는 레 등으로 바꿔 연주한 곡이다. 딱딱한 숫자가 아름다운 음악이 되는 장면은 영화가 전하는 희망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많은 몫을 최민식의 카리스마에 의존한다. 상대 역인 김동휘는 오디션에서 뽑힌 신인배우다. 박 감독은 “인지도 높은 배우도 고려했는데, 오디션 과정에서 처음 보는 배우가 최민식이라는 대배우 앞에 서 있을 때 화면 안에서 만들어지는 생생한 긴장감이 효과적일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험한 선택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배우 최민식의 부피감이 어마어마해 화면 밀도를 채워줄 거란 믿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강말금·탕준상 등 최근 대세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하는 것도 볼 만하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인지도가 높지 않았다”고 하니, 영화로선 운이 좋았던 셈이다. 수학교사 등 악역 캐릭터를 단순하게만 묘사한 대목이 아쉬웠는데, 박 감독은 “승리의 쾌감을 그리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