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총장은 16일 대변인실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음”이라고 딱 22자 한 문장의 입장문을 냈다. 전날 윤석열 당선인 측의 거취 압박 발언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독대’ 오찬 회동이 취소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청와대 기류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권영세 “대장동 수사로 객관·중립 보여야” 압박…金, 공개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이 같은 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성남시) 대장동·백현동 사건 수사에 대해 아무런 성과가 없다. 지금 제대로 된 수사를 하고 있지 않다”라며 “김오수 검찰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한 데 권 부위원장이 가세한 것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에 “김오수 총장은 애초에 감사위원 자격도 안 되던 사람으로, 검찰을 권력에 예속시키고 권력의 주구로 만들었다”라며 “본인이 한 일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오수 총장의 22자 입장문은 국민의힘의 압박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2023년 5월까지 2년 임기를 채우겠다고 사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 총장과 가까운 한 법조인은 “검찰의 중립을 지키기 위해 법으로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보장한다는 사실은 검찰총장을 해봤던 윤석열 당선인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김오수 총장 본인이 성남시 고문변호사 출신으로 유동규 휴대전화 확보 실패, 성남시 압수수색 지연, 코로나 집단 확진 등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표류하도록 수수방관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尹 공수처 수사 촉발 임은정도 “아직 할 일 남아”
임은정(연수원 30기)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일찌감치 “계속 일하겠다”라는 뜻을 밝힌 상태다. 그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2016년 2월 검사적격 심사를 겨우 통과한 후 하고픈 말과 하고픈 일을 거침없이 하다가 다음 심사받을 무렵(2023년) 홀가분하게 그만두려고 했다”라며 “아직 할 일이 남았고, 버틸 만하니 감사하며 계속 가 볼 각오”라고 밝혔다.
임은정 감찰담당관은 윤석열 검찰 시절 “윤 총장 등으로부터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감찰·수사를 방해받았다”라며 주장하며 공수처 수사를 촉발하기도 했다. 그는 공수처가 지난달 9일 윤 당선인을 무혐의 불기소 처분하자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겠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또 친 문재인 정권 검사로 지목되는 심재철(연수원 27기) 서울남부지검장과 김관정(연수원 26기) 수원고검장도 사퇴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들은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갈등 국면 속에서 추 장관 편을 들며 윤 총장 징계를 주도했다.
임기 3년인 김진욱, 작년 초엔 “무조건 임기 지킨다”→지금은 “…”
다만 법조계에선 “김진욱 처장이 대선 직후 주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라는 뒷말이 돌고 있다. 반면 김 처장은 지난해 2월 2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임기(3년)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약 임기를 안 지키면 초대 처장이기 때문에 공수처 제도의 안착 자체에 아마 문제가 상당히 생길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이건 공수처건 스스로 생각했을 때 법과 원칙이 아니라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정권에 야합했다고 생각하는 검사라면 수사기관의 중립성 등을 방패막이로 삼으며 버티지 말고 후배들을 위해 알아서 나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