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침실에 불을 켜고 잠을 자는 경우 비만 발생률이 높다는 보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구체적인 연결 고리를 찾아낸 것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과 하버드 의대 등의 연구팀은 14일(현지 시각)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지나치게 밝지 않더라도 조명이 있는 가운데 잠을 자면 뇌가 이를 감지해 포도당 조절 능력에 영향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명이 있는 경우 수면 동안 심장 박동수가 더 높았고,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에 저항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혈액 내 포도당이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돼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심장질환이나 당뇨병, 대사증후군의 위험 요소가 커지게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공부방의 조명 밝기는 500룩스 정도가, 잠들기 전 침실 조명 밝기는 300~500룩스가 적당하다. 100룩스에서도 사물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이 두 그룹을 대상으로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에 인슐린 저항성을 측정한 결과, 희미한 조명 조건에서 지낸 그룹에서 최대 4%까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저항성은 공복 혈당과 기상 20분 후에 채취한 인슐린 샘플로부터 계산했다.
인슐린 수치는 조명에 노출된 그룹에서 더 높았는데, 이는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한 상태에서 정상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보상 인슐린 반응으로 해석됐다.
연구팀은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는 당뇨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수면 중 야간 조명에 자주 노출되면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안고 있는 개인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뇌가 빛을 감지하게 되면 잠을 자더라도 뇌 상태가 얕은 수면이나 토막 수면을 한 것과 같이 된다는 것이다.
밤에는 심장 활동도 낮보다는 줄어들어야 하는데, 조명이 있으면 자고 있어도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돼 심장 박동수가 높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조명이 있는 상태에서 잠을 자면 심장박동이 증가한다는 것은 빛 노출이 교감신경 흥분 반응을 유발해 심장 활동을 자극한다는 의미"라며 "수면 중 실내 야간 조명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장기 요양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수면 시간 동안 빛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들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창밖 가로등처럼 조절할 수 없는 외부 조명이 문제라면 암막 커튼으로 가리거나 눈가리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필요하면 침대를 옮겨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