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유가 급등으로 미국 경제 침체" 경고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3일(현지시간) 미국의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에단 해리스 Bo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위기가 장기화하면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17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유가 급등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효과를 반감시켜 미국 경기가 결국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인플레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나서도, 물가를 잡지 못한 채 경제성장률만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물가 오름세가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만이 아닌 공급과 지정학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추가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지난 1월 4.9%에서 4.4%로 성장률 전망치를 0.5%포인트 낮췄는데, 다음 달 또 낮추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앞선 지난 11일 골드만삭스도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75%로 낮췄다.
1970년대 스태그플래이션과 판박이?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트라우마가 과도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1.6~1.7배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오일쇼크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70년대 1차 오일쇼크 당시에는 유가가 6.3배까지 오르고, 1년 3개월 동안 2.5배 넘는 상승률을 지속했다.
긍정적인 노동시장 지표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준다. 지난 2월 미국의 실업률은 3.8%였다. 코로나 사태 본격화 이전인 2020년 2월(3.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다은 이코노미스트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단계를 보면 '유가 급등→생산단가 상승→생산 감소→실업률 증가(고용 악화)→소비 감소'로 이어진다”며 “노동자가 우위인 현재의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실업률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1970년대 스테그플레이션을 그대로 반복할 가능성은 작다”며 “에너지가 다변화되면서 그때보다 원유 의존도가 감소했고, 생산성이 개선되는 등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기 둔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른바 ‘슬로플레이션'이다. 이다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우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Fed 금리 인상이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슬로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측할 수 없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불안 요인이다. 노동길 연구원은 “스태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관건은 전쟁의 양상에 상당 부분 달려있다”며 “중국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경제 제재에 한 발 물러나면서 신냉전 체제로 장기화할 가능성을 남겨둔 만큼, 당장 활로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