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장은 정권 교체의 이유로 부동산을 꼽았다. “일상생활에서 부동산이 미치는 영향이 제일 크다. 제일 중요한,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은 크게 부자가 됐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가난해졌다”며 “부채는 엄청 늘고 성장 동력은 약화하고 사회적 분열은 양극화로 더 심화하고. 당연히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2018년 말 680조5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올해 말 1075조7000억원(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으로 늘어난다. 문 정부 기간 늘어난 부채만 400조원에 이른다. 이를 두고 김 원장은 “양극화 문제를 정부에서 풀어보려고 하다가 국가채무가 늘었다”며 “정책을 아주 비효율적으로 입안하고 집행한 결과”라고 짚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만 할 수 없다고도 했다. 김 원장은 “문 대통령 임기는 2017년부터였고 코로나19 사태는 2020년 시작했다”며 “코로나19만 가지고 (경제정책 실패를) 설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인과 기업, 기업과 정부. 이런 모든 거래 관계에서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세력이 기득권이다. 그리고 기득권끼리 사익 추구를 위해 힘을 합하자고 암묵적 합의를 본 게 카르텔”이라며 “경제 체질의 공정성 확보와 이어지는 개념인데, 기득권 카르텔이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 경제 체질이 유연하기 되기 힘들고 양극화 해결도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들 활동의 기반은 기존 제도와 규칙, 기존 거래 관행과 인적 네트워크에 있다”며 “입법ㆍ사법ㆍ행정의 공직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화천대유 사건을 보면 사법계 인사 관련한 의혹이 많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자기들이 가진 기득권을 잘 지키기 위한 도움이 필요했고, 그들에게 대가를 지불한 거다. 오랜 거래 관행에 바탕을 둔 규칙과 제도가 기득권 카르텔의 뿌리”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기득권 카르텔로 인한 문제는 크다고 했다. 신기술 진입 장벽을 예로 들었다. “신제품ㆍ신기술이 갖는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한국 정부는 이런 역할을 적절히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존 거래 관계에 있는 납품업자와의 유대도 깨기 어렵다. 기업ㆍ금융 카르텔로 인해 구조조정 역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과제지만 그래서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밀어붙여야 한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새 정부 초기가 아니면 힘들다”며 “정부도 시간이 지나가면 기득권에 물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서둘러 해야 할 일이 플랫폼 정부 수립”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금융정책을 예를 들면 관련한 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ㆍ한국은행 등 부처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다 알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걸 말한다. 구글ㆍ네이버에 들어가서 키워드를 치면 다 살펴볼 수 있듯이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정부가 자리 잡으면 접근성ㆍ투명성이 높아져 기득권이 자리 잡을 여지가 줄어든다고도 했다.
단순히 현 전자정부를 확대하는 걸로 그쳐선 안 된다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예컨대 자율주행차 관련 행정만 해도 5개 부처에 지방자치단체까지 합해야 가능한 성격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플랫폼 정부 유무는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의 능력 차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연성 제고도 그가 제시한 주요 키워드다. 노동시장과 직결된 주제다. “현재 노동정책은 전체 노동자가 아닌 12%(노조 조직률 기준) 노조 입장만 많이 반영하고 있다”며 “노동정책이 노동자 전체를 위한 정책이 돼야지 노조를 위한 정책이면 안 된다. 노동자 플랫폼을 만들어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기업 등 노동자 의견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김 원장은 정부와 기업이 매칭하는 방식으로 직업훈련과 재훈련을 늘리는 것도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도 많지만 당장 맞닥뜨릴 경제 현안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사태, 물가 급등, 통화 긴축(금리 인상) 등이다. 하지만 금리를 내릴 수도 없고, 돈을 더 푼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공기업(비금융) 부채까지 더한 공공부문 부채(D3)는 2020년 기준 128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6.2%에 이른다. 김 원장은 “국가채무를 늘리면 오히려 국민 후생이 마이너스(-)가 되는, 적정 국가채무 비율을 이미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로 2020년과 지난해 정부가 총 116조원을 썼는데 그중 110조원 이상은 그냥 나눠준 것이며 소위 투자 성격의, 방역 능력 강화에 쓰인 건 4조6000억원”이라며 “이걸 바이오헬스 산업에 연결시켰다면 큰 돈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명목으로 정부 지출을 늘려야 한다면 일회성 돈 나눠주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방역 인프라 구축,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으로 연결되는 투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새 대통령이 어떤 경제정책을 펼쳐갈 것인가는 인사로 가늠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박근혜 정부도 그렇고, 문재인 정부도 그렇고 내각이 보이지 않았다. 다 청와대 중심으로 했다”며 “지금 식으로 청와대가 다 하려고 한다면 장관이 누가 되든 무슨 소용인가”라고 반문했다. 다만 “대통령이 내각 중심으로 움직이고 청와대는 대통령과 내각의 소통을 담당하는 시스템으로 하면 누가 장관이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전문성보다는 공무원이 헌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능력,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김 원장은 말했다.
◇김광두(75) 원장은=민간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겸 서강대 석좌교수. 18대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양대 경제 브레인으로 꼽혔다. 19대 대선과 현 정부 출범 직후에도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을 직접 설계했다. 현 정부 초기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았지만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 등에 대립각을 세우다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