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동창'에서 '외교 책사'로
윤 당선인과 김 교수는 대광국민학교(초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50년 넘는 친구 사이다. 말 그대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죽마고우다. "정치를 하기 전에는 (외교ㆍ안보에 대해) 일반 국민 중에 관심이 많은 정도였다"(지난해 7월 중앙일보 인터뷰)는 윤 당선인이 대북 선제타격 능력 강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추가 배치 등 굵직한 공약과 관련해 TV토론에서 거침없이 공방을 벌일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선 데도 김 교수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그는 윤 당선인이 정치 선언을 하기 세 달 여 전인 지난해 3월부터 윤 당선인의 '외교 과외'를 맡았다. 지난해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윤 당선인과 통화 내용을 일부 소개하며 "(윤 당선인이) 전화를 걸어와 한ㆍ미 동맹, 북한 비핵화, 미ㆍ중 경쟁 등 주제를 꺼내면 매번 1~2시간 가량 치열한 분위기에서 통화했으며 가끔 영상 통화도 했다"고 말했다.
사실 윤 당선인이 출마를 결심한 뒤 일각에선 외교ㆍ안보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데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우려를 접할 때마다 주변에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책 몇 권짜리 정도의 두꺼운 자료를 줘도 형광펜으로 빼곡하게 줄 치며 공부할 정도로 윤 당선인이 초기부터 열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빠른 습득력에 자문을 맡은 이들도 처음에는 적지 않게 놀랐다고 한다. 실제 윤 당선인이 자신의 안보관 방향을 잡는 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외교·안보 분야의 첫 과제로 “주종관계로 전락한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다짐했는데, '주종관계' 등은 참모들이 작성한 사전 자료에는 없는, 본인이 직접 추가한 표현이라는 후문이다.
MB 정부 2차관...美가 인정한 전문가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냈다. 2012년 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1년 여 간 다자 외교를 지휘했다.
사실 외교부 뿐 아니라 대부분 정부 부처에는 ‘학자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리더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 현실 감각이 떨어지거나 권위적이면서도 결단력은 부족하다는 게 흔한 선입견이다.
하지만 당시 김 차관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한 직원은 그에 대해 “망원경과 현미경을 겸비한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의 제3국 대상 정책과 관련한 전문가로, 미국의 대북 정책이나 군축, 무기체계, 핵 문제에 식견이 뛰어나고, 2차관으로 재직하면서도 그런 해박한 지식을 십분 활용했다”면서다. 2012년 김 차관이 니카라과를 방문했는데, 니카라과 외교 차관이 김 차관의 박사 논문을 읽었다면서 “식견에 감탄했다”고 말한 일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직원은 “김 차관은 외교관 출신은 아니지만 외교안보연구원을 거친 덕인지 직업 공무원으로서의 업무에 대한 감도 갖추고 있었고, 일을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유능한 스타일이라는 평이 많았다”고 전했다. 인상은 냉철해 보이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짜증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도 없었다고 한다.
'한ㆍ미 동맹' 강화 최우선으로
김 교수는 자타공인 '한ㆍ미 동맹' 우선주의자다. 신뢰에 균열이 간 한ㆍ미 동맹을 재건하고 이를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장해 동맹을 양적ㆍ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도 평소 김 교수의 신조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앙일보-CSIS 포럼 2021'에서 미ㆍ중 대결 국면과 관련해 "외교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다 보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축으로 중국과 상호 존중에 입각한 협력 관계를 확대 및 심화시켜나가는 것이 윤석열 외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선 "대화를 우선하되 실질적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상당한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면서다. 이는 "북핵에 대한 사찰, 검증이 진행돼야 대북 제재 완화에도 제한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윤 당선인의 지난달 중앙일보 인터뷰와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북한의 위협 대응에서 한ㆍ미ㆍ일 3각 협력을 중시하며, 한ㆍ일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전향적이다. 그는 지난해 6월 '한국 외교ㆍ안보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한ㆍ일 관계는 현재 현안별로 나눠 개별 해법을 도출하기엔 불가능하다"며 "모든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일괄 타결하는 방법을 시도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