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마트폰 업계는 ‘서브 전쟁 중’ … 하위 브랜드의 ‘각개전투’ 시작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2.03.14 10:29

수정 2022.11.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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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22 MWC'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메타버스'를 체험하고 있다. ⓒ신화통신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가 개최됐다. 화웨이, 중싱(中興·ZTE), 샤오미, 레노버(Lenovo), 오포(OPPO) 등 약 50개 중국 기업이 이번 박람회에 참석하며 신제품을 선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 브랜드 10개 중 7개가 중국 브랜드다. 이번 박람회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중국 기업들은 유럽 내 점유율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번 박람회에선 다양한 기업의 신제품 맛보기와 더불어 2022년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새로운 기류를 엿볼 수 있었다.

바로 ‘서브 브랜드’ 각축전이다.  

2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에서 아너의 신제품을 경험하고 있다. ⓒ신화통신

WMC 2022에서 각 기업은 고성능·고화소 카메라와 최신 AP, AMOLED와 급속 충전 등 고급 기능을 적극 도입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1년 전 화웨이에서 독립한 아너(Honor)는 이번 박람회에서 '매직(Magic) 4' 시리즈를 선보였다. 당일 공개한 ‘아너 매직 V’는 신규 폴더블폰으로, 아너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인 매직 UI6가 적용됐다. 또 다른 스마트폰 ‘매직4 pro’는 무선으로 100W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4600㎃h 배터리를 15분 만에 절반까지 충전할 수 있다.


리얼미(Realme)는 차세대 초고속 충전 기술이 적용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GT2’ 시리즈를, 원플러스(OnePlus)는 삼성전자 5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포함한 ‘OnePlus 10 Pro’를 선보였다. 리얼미와 원플러스는 중국 BBK그룹의 ‘오포’에서 탄생한 자회사다.  
 
중국 비보의 자회사 아이쿠우(iQOO)는 박람회 개최 직전 ‘iQOO 9 시리즈’를 발표했다. 해당 시리즈는 스마트폰 신흥 시장인 인도를 겨냥한 제품으로, 최고급 모델인 iQOO 9 pro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와 6.78인치 AMOLED 화면, 고급 흔들림 보정 기능 짐벌을 탑재한 5000만 화소 트리플 카메라 등이 탑재된다.  
 
샤오미의 서브 중저가 브랜드 홍미(紅米·레드미)는 ‘K50’시리즈와 ‘홍미 노트11’를 공개했다.  

중국 비보의 자회사 아이쿠우(iQOO)의 ‘iQOO 9 시리즈’ ⓒ아이쿠우(iQOO)

이처럼 각 기업의 서브 브랜드가 최근 두 달여 만에 10개 이상의 새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이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거물 기업이 출시한 스마트폰 수를 훨씬 초과한 것으로, 가격도 중저가인 600위안(약 11만 원)부터 최고급 부품을 장착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1만 위안(약 194만 원)까지 다양하게 출시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왜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먼저 서브 브랜드에 대해 알아보자. 전 세계를 장악한 애플이나 삼성은 한 가지 시리즈를 매년 업그레이드해 신제품을 출시한다. 어떠한 하위 브랜드도 없다. 유독 중국의 스마트폰 기업만이 서브 브랜드를 내놓는다.
 
이는 ‘가성비’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서브 브랜드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성비 전략을 통해 사용자를 확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동시에, 모기업의 상품이 프리미엄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왔다.  

원플러스의 첫 스마트폰 ‘원플러스 one’ ⓒ원플러스

오포의 하위 브랜드 원플러스(One Plus)는 2015년 설립 후 첫 스마트폰 ‘원플러스 one’을 출시했다. 기기의 성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5 LTE와 동급이면서도 RAM 용량은 3GB로 오히려 더 높다. 그러나 가격은 갤럭시S5의 3분의 1 수준이다. 16GB 기준 299달러(약 36만 원)에 불과한 원플러스 one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며 대중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원플러스가 중저가 전략으로 꽤 충성도 높은 사용자 그룹을 얻는 데 성공한 사이에 오포는 고급 칩을 탑재한 프리미엄 모델을 속속 출시하며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에 합류했다. 또 원플러스의 성공으로 또 다른 서브 브랜드 ‘리얼미’의 정식 진출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2018년 오포는 인도 시장을 겨냥한 서브 브랜드 리얼미(Realme)를 세웠다. 설립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가성비를 앞세운 휴대폰 ‘리얼미2’를 발표했는데, 그해 인도 시장 1위 신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아이쿠우의 ‘iQOO Z1x’ ⓒ아이쿠우(iQOO)

중국 비보의 자회사 아이쿠우(iQOO)는 120Hz 주사율 지원 5G 스마트폰 ‘iQOO Z1x’을 약 27만 원에 출시하며 큰 호응을 끌어냈다. 해당 모델은 LG 벨벳과 생김새부터 기능까지 모두 닮았지만, 가격은 반값 이상으로 낮아졌다.

 
비보는 아이쿠우의 선전에 힘입어 최초의 5G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래 2020년 10여 개의 모델의 5G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또 5G 스마트폰을 주력 상품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을 선보이며 2020년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섰다.  
 
서브 브랜드는 중저가 브랜드 시장 점유율의 확보를, 그 모기업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가성비 버리고 ‘고급화’ 택하는 서브 브랜드들, 왜?

그러나 가성비와 시장 장악을 통해 몸집을 불렸던 서브 브랜드들이 최근 아이러니한 움직임을 보인다. 가격과 기술력을 높인 ‘프리미엄’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된 주요 기능들이 이제는 중저가형 스마트폰에도 탑재되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을 만들던 이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과도한 ‘가성비’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저렴하다’는 인상을 남겼고, 그 결과 사용자 유지율이 크게 낮아졌다. 샤오미의 하위 브랜드 홍미 경우 2014년 첫 모델 홍미 노트 1은 약 2753만 대의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더 이상의 상승은 없었다. 몇 년간 2500만 대의 낮은 판매율만을 유지했다.  
 
병목현상을 인식한 홍미는 2018년부터 비싼 단가에도 불구하고 삼성 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 패널을 도입했으며, 6400만 화소의 최신 이미지센서 ‘GW1’을 홍미시리즈에 채용하는 등 기술적 개선을 해나갔다. 고급 기술 탑재 이후 홍미의 판매량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홍미

고급화를 택한 기업은 비단 홍미뿐만이 아니다. 중국 비보의 자회사 아이쿠우(iQOO)가 이번 MWC에서 발표한 최고급 모델 ‘iQOO 9 pro’의 가격은 7만 루피, 약 112만 원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20만 원 대에 출시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아진 수준이다.  

 
물론 단가가 높아진 만큼 성량도 늘었다. 게이밍 휴대폰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LPDDR5 램과 UFS3.1 저장 공간 등 고급 부품을 적용했다. 게임을 할 때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도록 게임 전용 기계 설정과 액체 냉각 시스템도 적용됐다.

iQOO의 신제품 iQOO9과 iQOO9 pro 성능 비교. ⓒiQOO

화웨이 독립 브랜드 아너(Honor)가 출시한 ‘매직4pro’ 역시 카메라 화질을 높이거나 30fps 영상을 60fps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등 갤럭시와 유사한 기술들이 많이 포함됐다. 그러나 가격이 1200달러(약 147만 원)부터 책정되며 가격적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처럼 서브 브랜드들은 첫 번째 가성비 전략 카드 사용 후 두 번째 카드인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물론 이들의 고가 전략은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 등 스마트폰 신흥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확보한 이들은 최고급 부품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하이엔드 점유율을 이어나가려는 속셈이다.  

2021년 11월 금액별 업체 점유율 비교표. ⓒ바이두

또 이들의 프리미엄 전략이 활발해진 데에는 모기업의 매출 부진이라는 약점이 주효했다. 즈후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11월 중국 휴대폰 가격이 5천~8천 위안에 달했을 때, 그 모든 점유율은 모두 애플의 독차지였다. 화웨이는 9.6%, 오포는 0.8%, 비보는 1.8%, 샤오미는 2.6%를 차지한 반면 애플은 82.4%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는 순간 기업 제품의 매력도가 하락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지난 몇 년간 중저가 시장을 잡기 위해 서브 브랜드를 취했지만, 단순히 서브 브랜드를 통해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따라서 현재 보유한 서브 브랜드가 하이엔드 시장에 도달해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도록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서브 브랜드들은 더 명확한 제품 포지셔닝 계획을 구축하고 모기업은 이들에게 상당한 기술과 자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브 브랜드의 행보가 향후 스마트폰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