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마트폰 브랜드 10개 중 7개가 중국 브랜드다. 이번 박람회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중국 기업들은 유럽 내 점유율을 한층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번 박람회에선 다양한 기업의 신제품 맛보기와 더불어 2022년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새로운 기류를 엿볼 수 있었다.
바로 ‘서브 브랜드’ 각축전이다.
1년 전 화웨이에서 독립한 아너(Honor)는 이번 박람회에서 '매직(Magic) 4' 시리즈를 선보였다. 당일 공개한 ‘아너 매직 V’는 신규 폴더블폰으로, 아너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인 매직 UI6가 적용됐다. 또 다른 스마트폰 ‘매직4 pro’는 무선으로 100W 초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4600㎃h 배터리를 15분 만에 절반까지 충전할 수 있다.
리얼미(Realme)는 차세대 초고속 충전 기술이 적용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GT2’ 시리즈를, 원플러스(OnePlus)는 삼성전자 5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포함한 ‘OnePlus 10 Pro’를 선보였다. 리얼미와 원플러스는 중국 BBK그룹의 ‘오포’에서 탄생한 자회사다.
중국 비보의 자회사 아이쿠우(iQOO)는 박람회 개최 직전 ‘iQOO 9 시리즈’를 발표했다. 해당 시리즈는 스마트폰 신흥 시장인 인도를 겨냥한 제품으로, 최고급 모델인 iQOO 9 pro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 1세대와 6.78인치 AMOLED 화면, 고급 흔들림 보정 기능 짐벌을 탑재한 5000만 화소 트리플 카메라 등이 탑재된다.
샤오미의 서브 중저가 브랜드 홍미(紅米·레드미)는 ‘K50’시리즈와 ‘홍미 노트11’를 공개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왜 서브 브랜드를 만들었을까
이는 ‘가성비’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기 위함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서브 브랜드 역사를 돌이켜보면 가성비 전략을 통해 사용자를 확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동시에, 모기업의 상품이 프리미엄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왔다.
원플러스가 중저가 전략으로 꽤 충성도 높은 사용자 그룹을 얻는 데 성공한 사이에 오포는 고급 칩을 탑재한 프리미엄 모델을 속속 출시하며 중국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에 합류했다. 또 원플러스의 성공으로 또 다른 서브 브랜드 ‘리얼미’의 정식 진출 의지는 더욱 굳건해졌다.
2018년 오포는 인도 시장을 겨냥한 서브 브랜드 리얼미(Realme)를 세웠다. 설립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가성비를 앞세운 휴대폰 ‘리얼미2’를 발표했는데, 그해 인도 시장 1위 신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비보는 아이쿠우의 선전에 힘입어 최초의 5G 스마트폰을 출시한 이래 2020년 10여 개의 모델의 5G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또 5G 스마트폰을 주력 상품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신속하게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을 선보이며 2020년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2위로 올라섰다.
서브 브랜드는 중저가 브랜드 시장 점유율의 확보를, 그 모기업은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였다.
가성비 버리고 ‘고급화’ 택하는 서브 브랜드들, 왜?
과도한 ‘가성비’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저렴하다’는 인상을 남겼고, 그 결과 사용자 유지율이 크게 낮아졌다. 샤오미의 하위 브랜드 홍미 경우 2014년 첫 모델 홍미 노트 1은 약 2753만 대의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더 이상의 상승은 없었다. 몇 년간 2500만 대의 낮은 판매율만을 유지했다.
병목현상을 인식한 홍미는 2018년부터 비싼 단가에도 불구하고 삼성 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 패널을 도입했으며, 6400만 화소의 최신 이미지센서 ‘GW1’을 홍미시리즈에 채용하는 등 기술적 개선을 해나갔다. 고급 기술 탑재 이후 홍미의 판매량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물론 단가가 높아진 만큼 성량도 늘었다. 게이밍 휴대폰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LPDDR5 램과 UFS3.1 저장 공간 등 고급 부품을 적용했다. 게임을 할 때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도록 게임 전용 기계 설정과 액체 냉각 시스템도 적용됐다.
이처럼 서브 브랜드들은 첫 번째 가성비 전략 카드 사용 후 두 번째 카드인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물론 이들의 고가 전략은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 등 스마트폰 신흥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확보한 이들은 최고급 부품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하이엔드 점유율을 이어나가려는 속셈이다.
지난 몇 년간 중저가 시장을 잡기 위해 서브 브랜드를 취했지만, 단순히 서브 브랜드를 통해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따라서 현재 보유한 서브 브랜드가 하이엔드 시장에 도달해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도록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서브 브랜드들은 더 명확한 제품 포지셔닝 계획을 구축하고 모기업은 이들에게 상당한 기술과 자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서브 브랜드의 행보가 향후 스마트폰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