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에서 사라졌던 ‘판판식품’ 간식들, 동계올림픽 후광 효과 보나
판판식품은 이번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이기도 하다. 선수들을 위해 특별히 32종의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에너지바, 라면 등 다양한 제품이 포함됐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마크를 달고 등장한 판판식품은 올림픽 후광 효과에 힘입어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듯하다.
감자칩 판매로 시작한 ‘판판식품’…잘 나갈 때는 연 매출 76억 위안(1조 4462억 400만 원)까지 뛰기도
차이진안은 1996년 고향에 푸위안(福源)식품을 설립했다. 푸위안식품은 판판식품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간식에 해당하는 과자류에 큰 관심이 없을 때부터 차이진안은 식품 개발에 주력했다. 푸위안식품은 감자칩에서부터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여타 제품보다 유통 기한이 좀 더 긴 감자칩을 연구·개발했다. 판판식품의 매출 일등공신도 바로 이 감자칩이었다.
판판식품의 기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6년 즈음, ‘프랑스식 빵’이 광고 슬로건 덕분에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덕분에 판판식품은 단숨에 누구나 다 아는 식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판판식품에서 선보인 빵 시리즈가 시장에 나온 지 세 달이 채 되지 않아, 월 매출은 억대를 기록했다. 2009년 금융 위기 당시에도 판판식품은 40%의 성장률을 유지했을 정도다.
판판식품의 빵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보이자, 차이진안은 여기에 더 돈을 쏟아붓는다. 미국의 유명한 페이스트리 셰프 롤랜드 메스니에(Roland Mesnier)와 손잡고 그의 중국 이름(梅尼耶)을 딴 과자를 내놓는다. 롤랜드 메스니에는 프랑스 태생의 미국 귀화 셰프로, 백악관에서 수석 페이스트리 셰프로 재직했다.
판판식품의 매출은 2018년 50억 위안(9525억 원)을 돌파했다. 당시 차이진안은 매출 증가를 축하하며 150대의 차를 우수 직원에게 사주었고, 그의 통 큰 인센티브에 업계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이보다 조금 앞선 2013년, 판판식품은 음료 시장에 진출했다. 먼저 설명한 상하오징 생수 외에도 비타민 음료, 유산균 음료, 과일 주스, 차 등 다양한 음료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건강 음료 붐에 편승해 코코넛 주스를 내놓기도 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판판식품 매출은 2018년 50억 위안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2019년 66억 2600만 위안(1조 2623억 8552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 3년간 판판식품의 연평균성장률은 28.98%에 달했다.
세계브랜드랩(World Brand Lab)이 발표한 ‘2021년 가장 가치 있는 중국 500대 브랜드’의 346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세계브랜드랩에 따르면 판판식품의 기업가치는 201억 2500만 위안(3조 8340억 1375만 원)에 달한다. 또 판판식품 매출은 76억 1900만 위안(1조 4514억 9569만 원)에 달하며 ‘2021년 푸젠(福建) 제조 기업 100강’ 중 5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소도시 위주의 마케팅 덕분에 ‘추억의 과자’ 이미지 메이킹 성공
판판식품은 1997년 선양(沈阳)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이듬해 청두(成都)에도 지사를 설립한다. 이어 허난(河南)성 뤄허(漯河), 산둥(山东)성 린이(临沂) 등 주로 3·4·5선 도시 위주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스낵 가게인 링링쭈이도 작은 마을이나 소도시에 지점을 내고 있다.
세월이 흐른 현재까지도 지방에서는 판판식품의 간식 제품이 친지 방문 때 필수 선물로 꼽힌다.
판판식품의 이러한 노력에도 대도시 편의점 입점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타이메이티(钛媒体) 등 매체에 따르면 대다수의 대도시 편의점이 판판식품에 등을 돌리는 이유는 ‘마진이 적기 때문’이다. 편의점에 들어가기 위해서 가격 인상은 필수인데, 판판식품은 ‘저렴한 가격’과 ‘소시민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브랜드 인상이 굳어져 이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대도시 편의점의 주요 소비자층인 젊은 세대로부터 ‘인지도 역시 낮다’는 점도 판판식품이 편의점 문턱을 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편의점 측에서는 대안을 제시한다. 판판식품의 저렴한 제품을 들여오는 대신 보조금 차원에서 판매비를 편의점에 지급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과가 미미하다. 판매비용이 너무 높은 바람에 매출 전환율이 낮아진 것이다. 사람들은 판판식품 제품 대신 경쟁사인 오리온이나 다리위안(达利园)의 제품을 선택한다.
제품 개발 면에서 더는 혁신적이지 않은 점도 대도시 소비자의 시야에서 멀어진 이유로 꼽힌다. 다리위안이 오리온 제품을 따라 만들었다면, 판판식품은 다리위안의 제품을 다시 따라 만드는 격이다. 소비자들의 눈에 판판식품은 ‘모방품의 모방품’을 만들어내는 과자 회사일 뿐이다.
혹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올해 동계올림픽 현장에 등장한 판판식품은 젊은 세대로부터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다만 이 같은 ‘반짝인기’가 간식 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인 젊은 세대 사이에서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판판식품 전자상거래 사업부 관계자도 “Z세대가 식품 업계의 주요 소비자로 부상하며 이들을 사로잡는 기업이 5년 후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간식 시장이 ‘저렴한 가성비’로 승부를 겨루는 곳이 아니게 된 이상, 판판식품이 과연 어떻게 변화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저렴이’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