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중국 광둥(廣東)성의 지역총생산(GRDP)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광둥성은 어떤 곳인가. 중원인 화북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예로부터 중앙 정부에 독립적인 성향이 강했다.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서자 많은 한족이 광둥성으로 내려와 정착했다. 보통화로 불리는 북경어가 만주족 등 북방 민족 언어와 상당히 융합된 반면 광둥어는 고대 중국어가 잘 보존돼 있다고 평가받는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광둥성은 자연스럽게 중국 경제 성장의 전진기지로 활약했다.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은 2017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웨강아오대만구 프로젝트를 처음 발표했다. 웨(粵)는 광둥성, 강(港)은 홍콩, 아오(澳)는 마카오를 각각 뜻한다. 대만구(大灣區)는 대규모 연안 지역이라는 의미다. 광둥성의 선전, 광저우, 주하이(珠海), 포산(佛山), 중산(中山), 둥관(東莞), 후이저우(惠州), 장먼(江門), 자오칭(肇慶) 9개 도시에다 홍콩과 마카오를 연결해 더 큰 범위의 경제 대구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국내적으론 베이징·톈진(天津)·허베이(河北)성 수도권을 통합 발전시키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 상하이(上海)·저장(浙江)·장쑤(江蘇)·안후(安徽)성 등 창장(長江) 삼각주 지역을 하나로 묶은 ‘창장 삼각주 일체화 계획’과 함께 중국의 3대 국가급 지역경제 통합 사업이다.
웨강아오 프로젝트를 위해 중국 정부는 홍콩-주하이(광둥성)-마카오를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인 강주아오대교(港珠澳大橋)와, 광저우-홍콩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했다. 이로써 이 지역 도시들은 일일생활권에 들어섰다. 주장 삼각주 9개 도시를 잇는 경전철도 건설됐다.
웨강아오 프로젝트는 제조업 중심이던 기존 주장 삼각주 경제권을 넘어 하나의 완결된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공급망)을 조성한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 광둥성에 둥지를 틀고 값싼 인건비를 통해 짭짤한 이윤을 남겼다. 하지만 인건비 메리트는 한참 전에 사라졌다. 중간재와 소재 제품을 이곳에 팔 수 있었던 기술력 우위도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웨강아오 지역이 하나의 자족적인 경제권을 완성한다면 중국의 일부가 아니고 홍콩과도 다른 성격의 경제 교역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중앙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이 지역 성향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의 새로운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떠오르는 웨강아오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