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대 113’ 역대급 여소야대 활로는…尹 “의회 존중, 협치”

중앙일보

입력 2022.03.10 11:02

수정 2022.03.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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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선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0.73%포인트 차이로 신승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앞에는 만만찮은 여소야대 정국이 놓여있다. 국민의힘의 국회 의석수는 110석(9일 재·보궐선거 당선 4석 포함)이고 대선 뒤 합당하기로 한 국민의당이 3석인데 더불어민주당은 172석이다. 무소속 의원(박병석 국회의장, 이상직·김홍걸·양정숙·양향자·윤미향 의원) 6명도 민주당 출신이다. 대구 중·남구의 무소속 임병헌 당선인이 국민의힘 출신이라는 것을 고려해도 114석 대 178석 구도다. 정계 개편 등 변화가 없다면 이런 구도는 2024년 총선 전까지 2년여간 이어진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입법·인사 어떤 것도 쉽게 넘어갈 수 없다”(3선 의원)라거나 “집권 초반에 민주당과 극한 충돌을 빚다가 국정운영 동력을 잃는 일이 없도록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당 관계자)는 반응이 나온다. 당장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각종 인사청문회부터 거대 야당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놓은 공약들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 등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통과가 어렵다.
 
윤 당선인은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당 개표 상황실을 방문해 “대통령직을 정식으로 맡게 되면 헌법 정신과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후 당선 인사에서는 “민생을 살리고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는 대통령과 여당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소야대 정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민주국가에서 여소야대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고, 3권분립이라는 것도 어느 당이 대통령·행정부를 맡게 되면 다른 당이 의회 주도권을 잡는 게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며 “여소야대를 통해 민주주의와 정치가 훨씬 성숙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월 25일 대선 TV토론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당시 윤 당선인은 “거대 야당의 여소야대 정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질문에 “민주당이 180석을 가졌다고 국민이 뽑은 정부를 일하지 못하게 방해하면 (이는)헌법이 (입법부에)명령한 뜻(정신)이 아닐 것”이라며 “진영과 관계없이 유능한 정부 위주로 통합 정부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진영 논리를 벗어난 전문가 위주의 인재 등용과 국정 운영으로 민주당의 반대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직 공동대표들과 손을 잡고 난국 타개를 시도할 것으로 관측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다.  
 
윤 당선인은 지난 3일 대선을 6일 앞두고 안 대표와 단일화한 뒤 인수위 단계부터 공동정부 운영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19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정부 초기부터 손을 합쳐 거대 야당에 맞서겠다는 취지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실용과 합리주의를 상징하는 안 대표와 윤 당선인이 손을 잡았기 때문에 외연 확장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안철수 연합’이 DJP 연합보다 세가 크게 달린다는 평가도 있다. DJP 연합 당시 김대중 후보의 새정치국민회의 의석은 79석에 그쳤지만, 김종필 총재의 자민련은 50석에 달해 두 당 연합의 파괴력이 컸다. 이회창 후보의 신한국당은 139석이었다. 이에 비해 지난 2020년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국민의당 의석수는 3석이다. 단일화 성사 전 국민의당 지지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5~8%대였지만, 단일화 뒤 일부 지지자들이 이탈한 것도 변수다.  
 

12일 오후 국민의힘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왼쪽 셋째) 영등포구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는 모습. 윤석열 당선인의 향후 정계 개편 구상에 김한길 전 위원장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임현동 기자

 
이때문에 김한길 전 대표의 역할에 더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용호 의원, 윤영일 전 의원, 김승규 전 국정원장 등 호남 출신과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 영입에 관여했다. 윤 당선인도 이에 호응하듯 선거 기간 호남 민심 달래기에 공을 들였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표하는 등 ‘합리적 진보’를 존중한다고 언급하며 러브콜을 보냈다.

  
윤 당선인이 김 전 대표와 손을 잡은 것은 애초에 선거 뒤 정계 개편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 전 대표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에는 약 20명의 의원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여권이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재편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민주당 대표를 맡았던 2014년에는 안 대표의 새정치연합과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탄생시켰다. 한 국민의힘 인사는 “향후 정계개편에 따라 현재의 극심한 여소야대 구도가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